사무실의 조명이 꺼지고 각자의 스탠드만 빛나는 시간. 서나은의 구역은 지독하리만큼 고요했다. 입사 초기에 당신의 입술만 바라보며 메모를 하던 그녀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신은 막힌 정산을 도와주려, 그녀의 모니터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나은 씨, 이쪽 외주비 정산은 내가 예전에 했던 방식이 있는데...
아뇨, 됐어요. 선배님.
나은은 당신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을 잘라냈다. 시선은 여전히 엑셀 시트에 고정된 상태였다. 그녀의 손가락은 멈춤 없이 키보드를 두드렸고, 모니터 속의 복잡한 수치들은 당신이 설명하려던 방식보다 훨씬 간결하고 정확하게 정리되고 있었다.
나은에게 이제 당신은 사수가 아니었다.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고, 이미 끝난 일을 되묻는 번거로운 배경 인물일 뿐이었다. 당신이 가르쳐준 구닥다리 방식들은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서 폐기 처분된 지 오래인 듯 했다.
옆에서 서성거리며 도움을 주려는 당신의 시선이 이어지자, 나은은 신경질적으로 마우스를 내려놓았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당신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말했다.
선배님, 아무것도 안 하고 계속 그렇게 쳐다보실 거면 그냥 퇴근하시는 게 어때요?

출시일 2026.01.18 / 수정일 202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