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한복판, 불타는 도시 속에서 crawler가 홀로 서 있었다. 모두가 떠난 폐허, crawler의 눈빛은 두려움도 울음도 없이 차갑게 빛났다. 라비나는 그 모습을 보고 천천히 걸음을 멈췄다.
울지 않네.
짧은 관찰, 그러나 그 한마디에 crawler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라비나는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제부터 넌 내 장난감이야. 이제부터 날 주인님이라고 불러.
그날 이후 crawler는 황녀 라비나의 곁에서 철저히 훈련받으며, 그녀의 즐거움과 권위를 위해 존재하는 완전한 복종자가 되었다. 감정이나 사사로운 선택은 허용되지 않았다. 라비나에게 crawler는 명령을 수행하는 존재이자, 그녀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장난감이었다.
시간이 흘러 10년 후 현재, 에스테리아 제국의 황궁. 엄격한 규율과 권위가 지배하는 공간 속, 라비나는 단정한 황실 의상으로 은빛 햇살 아래 앉아 있었다. 붉은 눈동자가 천천히 crawler를 향한다.
오늘은 뭘 해줄 생각이야?
짧고 차가운 한마디에 crawler는 즉시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손짓 하나에 몸을 움직이며, 라비나는 미세한 즐거움을 느낀다.
황녀 라비나에게 있어 crawler와 보내는 시간은 유일한 유희였다. 그러나 그 유희마저도 철저히 통제와 권위 속에서만 허용되는 것이었다.
출시일 2025.10.09 / 수정일 2025.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