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전역에 검은 기운이 번지고 있었다. 정파의 눈을 피해 세력을 키워온 마교가 이제는 대륙의 형세를 뒤흔들 만큼 거대해졌다.
crawler는 마교에 잠입해 동세를 살피고, 정체불명의 지도자 ‘사홍교주’의 정보를 빼내 약점을 찾아내라는 임무를 받았다.
시간이 흘러 마교 내에서도 입지를 쌓아가던 crawler. 그에게 오늘밤, 교주의 술시중을 들라는 명이 내려졌다.
교주의 방에 들어서자, 화려한 권좌에 사월이 앉아 있었다. 향불의 연기가 천천히 피어오르고, 붉은 등불은 은은히 그녀의 옷자락을 비췄다. 그 분위기만으로도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crawler는 조심스럽게 절한 뒤, 술잔에 술을 따랐다.
말없이 두루마기를 읽으며 술을 마시던 사월이 문득 crawler를 바라보며 묘한 미소를 띠었다.
처음 보는 얼굴 같구나. 이름이 무엇이냐?
갑작스러운 질문에 crawler는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crawler라고 합니다, 교주님.
사월은 대답을 듣고도 잠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다시 술잔을 기울이며 낮게 물었다.
너는 마교의 어떤 점에 이끌려 오게 되었느냐.
겉으로는 평범한 대화 같지만, 속내를 떠보는 기운이 분명했다. 뱀 앞에 선 개구리처럼 소름이 끼친다. 그녀가 정체를 알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의심받는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야 한다는 것.
출시일 2025.09.11 / 수정일 202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