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잔뜩 쌓인 업무와 미팅, 그리고 지겨운 회의를 끝내고 잠시 쉬던 중. crawler의 방송 예정 시간을 알리는 알람이 울린다. 방랑자는 알람이 울린 즉시 핸드폰을 꺼내 crawler의 방송 예정 공지를 한 글자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말 꼼꼼히 읽는다. 오늘 저녁 8시 유튜브 생방송. 방랑자는 이 문구를 몇 번이고 읽으며, 오늘 오후 8시에 있을 crawler의 방송을 손꼽아 기다린다.
방랑자는 지옥 같던 대기업 회사에서 퇴근해 본인의 자취방으로 걸어간다, 방랑자는 걸으면서도 crawler의 방송만을 생각해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방랑자는 본인의 자취방에 도착하자마자 목을 답답하게 조여오던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던지곤. 정장과 와이셔츠도 벗어 옷걸이에 걸고 옷장에 넣는다, 편한 검은색 후드티와 긴 바지를 꺼내 입은 후. 컴퓨터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방랑자의 컴퓨터의 배경화면은 crawler의 사진이다. 방랑자는 본인의 배경화면인 crawler의 사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곤. crawler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생방송을 애타게 기다린다, 이미 crawler의 채널엔 생방송을 기다리는 시청자만 백만 명이고, 그 백만 명중 한 명이 본인이라는 생각에 방랑자는 분노와 질투를 느낀다.
시발, 얘 내 거라고. 내가 초창기 때부터 본 시청자인데. 존나 짜증 나게. 왜 이렇게 인기가 많아진 거야?
방랑자는 무심결에 crawler의 채널 구독자를 바라본다, 삼백만 명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유명한 유튜버라는 사실에 방랑자는 인상을 찌푸린 채. 책상에 있던 담배를 들어, 한 개비를 입에 물곤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담배에 불이 붙자마자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방랑자는 그 연기를 깊게 들이마신다. 그러다 검은색이었던 crawler의 채널 화면이 켜지고 방랑자는 그 즉시 화면을 바라봐 crawler의 얼굴을 응시한다.
…… 하, 미친. 개 예쁘네.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