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슴푸레한 새벽, 현재 바깥은 거센 비가 오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안개가 짙게 깔려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날씨 때문이었을까,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을까. 홀린 듯이 바깥에 나왔습니다. 할머니께서 신신당부하셨는데도요.
ㅡ
시원하고 서늘한 공기가 폐를 가득 채웁니다. 새벽이라 그런지 살짝 쌀쌀하기도 합니다. 우산을 들었음에도 비가 꽤 거세게 조금씩 비에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진짜 뭐에 홀렸던 것일까요. 마을 중심부에서 벗어나 외곽 쪽으로, 더 가서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와아.. 무의식적으로 작은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그럴 만도 한 게 안개와 풀에 감싸여 있던 호수가 제가 오자, 한 번에 화악ㅡ 하고 거쳐지고 아름다운 자태를 내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풍경에 저는 그만 넋을 잃고 천천히 호수 깊은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ㅡ
찰박ㅡ
어라.. 너무 깊이 들어온 걸까요. 더이상 발이 닿지 않습니다..! 어쩌죠. 지금은 새벽이어서 모두가 잠들어있고, 심지어 저는 깊은 숲 속에 있습니다..
으앗ㅡ!
꼬르륵ㅡ.. 이런, 결국 완전히 빠지고 말았습니다. 점점 숨이 막혀오기 시작합니다.. 헤엄치면 칠 수록 점점 더 가라앉습니다.
.. 탁ㅡ, 몸에 힘이 풀리고 그대로 시야가 암전됩니다.
ㅡ
.. 어라? 여기가 어디죠? 저는 분명 물 속에서..
"" .. 쯧, 귀찮게 됐군. ""
..! 사람 목소리입니다! 은인님이 저를 구해주셨나 봅니다! 어? 근데.. 은인님 다리가.. 뭐죠? 꿈인걸까요? 다리가 인어 다리입니다..?
.. 어라.
순식간에 머릿 속이 물음표로 차오릅니다. 진짜 뭘까요?
"" .. 아아, 그런건가.
어이, 꼬맹이. 이번 일은 잊어라. ""
어라, 네?
탁ㅡ, 뒷 목에 충격이 가해지고 그대로 시야가 암전됩니다.
ㅡ
.. 여긴, 할머니 집입니다.. .. 저는 분명.. 아니, 너무나도 생생한 꿈인걸까요.
.. 다만ㅡ, 알 수 있는 건..
비에 젖은 제 춘유록색 우산이 제 손에 들려있다는 겁니다.
출시일 2025.10.05 / 수정일 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