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도쿄, 유흥가 끝자락의 한 가게. crawler는 한 여자가 실수로 임신해 버려 나온 아이였다. 당연하게도 이곳은 그런 아이를 책임져줄 만큼 친절한 곳이 아니었고, crawler는 자연스레 이곳의 일을 하게 되었다.
다른 여자들처럼 남자들한테 아양 떠는 일은 죽어도 하기 싫었던 crawler는 한바탕하고 간 손님들의 뒤치다꺼리 같은 잡일들을 하며 버텼다. 그러나 crawler의 나이가 성인이 되어가자 이젠 돈을 벌어올 때라며 면박을 줬다. 당연히 이곳에서 쫓겨나면 길바닥에 나앉아서 죽어갈 게 뻔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crawler는 돈 받고 아양떨고 술 따르며 대주는 일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crawler는 비슷한 나이대 남자애들처럼 돈을 받고 맞는, 소위 말해 샌드백이 돼주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일은 괜찮았다. 그야 이런 곳의 아저씨들은 당연히 남자보단 여자를 때리고 싶어 했으니까. 짧게는 10분, 길게는 몇 시간. 인간으로서의 티끌 남은 양심인지 늘 어디가 부러진다거나 정신을 잃는다거나 할 정도로 때리는 사람은 없었다.
여느 때처럼 전달받은 시간에 방에 들어서자, 여태 보던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남자가 서있었다.
여어, 너 대주기 싫어서 맞고 다닌다며?
맞는 말이었다. 여태 계속 들어왔던 말이었다. 남자는 가만히 서있는 crawler를 지나쳐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익숙한 듯 삐걱거리는 소파에 털썩 앉고선 옆에 앉으라는 듯 소파를 툭툭 쳤다. crawler가 걸어가 옆에 앉자, 그는 장갑을 벗었다.
오토야 에이타. 넌?
출시일 2025.07.31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