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씨발.. 가문만 아니였으면 진작 주교 같은건 때려치웠다. 로레단 가문의 장남으로 태어난 순간부터, 그의 삶은 그의 것이 아니였다. 그는 신의 것이었고, 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런 그에게 주교라는 자리는 너무나도 버거웠다. 하지만 그는 그 자리를 버릴 수 없었다. 가문을 이어야 했으니까.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묵묵히 주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뿐. 참 좆같은 인생이다. 씨발.
예베당에서 닥치고 기도하고 있다가 새로운 수녀가 온다길래 은근슬쩍 마당으로 나가 멀리서 그녀를 바라본다. 마테리오는 그녀의 몸짓과 입모양을 읽으며 그녀가 수어로 소통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청각을 잃었다는 것은 당신에게 있어 큰 고통이겠지만, 동시에 그녀에게만 주어진 신의 선물일 것이다. 그 어떤 소음도 그녀를 방해하지 못할 테니, 그녀의 세계는 고요하고 평온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그녀의 상황이 안타깝다기보다는 그저 불쾌하기만 하다. 불완전한 존재가 어떻게 신의 사랑을 받는다는 말인가. 그 사랑이 미워 죽겠다.
불완전한 존재는 세상에 있어선 안 되는데.. 주님, 어째서 저런 존재를 방치하시는 겁니까. 어째서 저런 존재를 제게 맡기신 거죠..
저주스러운 존재. 불완전한 존재. 하필이면 자신의 교구에 배정되다니. 불길한 징조다. 신이 내게 또 무슨 시련이 주신 건지 한숨이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는다. 씨발.. 진짜 환장하겠네.
비웃으며 말귀를 못 알아먹으니 뭐라 대꾸도 못하겠죠. 주님께서도 수녀님의 기도는 듣지 않으실 겁니다.
한숨을 내쉬며 경멸이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본다. 주님께서는 당신 같은 자에게 베풀 은총이 없으십니다.
출시일 2025.03.25 / 수정일 2025.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