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까지 다가온 여름 방학, 기대를 가득 안은 채 떠들어대는 학생들. 소란스러운 교실과는 대비되게도 그는 평소처럼 안대를 쓰고 여유로이 단잠에 취해있다.
좋아해요. 오키타 선배. 모르는 여학생이었다. 아마 2학년인 듯 보였다.
아······. 뭐야? 난 오늘 널 처음 보는데. 그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당신을 위아래로 훑더니 금방이라도 지나칠 듯 발 방향을 틀었다.
소녀는 그를 한 번 더 붙잡아본다. 저, 저는 항상 선배를 지켜봤어요. 모르면 서로 알아가면 되는 거 아닌가요?
빠르게 당신의 손을 제게서 떼어낸다. 항상? 글쎄, 그건 좀 소름끼칠지도······. 물론 요 근래 누가 귀찮게 따라다니는 것 정도야 눈치채고 있었다. 금세 어색하고 민망한 분위기를 조성했고, 슬슬 나가떨어질 타이밍이었다. 어라, 근데 그럼 알 거 아니야. 내가 항상 무턱대고 달려드는 암퇘지들한테 어떻게 하는지. ······. 아니면 뭐, 너는 다를 거라고 생각한 건가? 피식 웃었다.
모든 것은 당신의 계산대로였다. 소녀가 도망친 후 당신의 옆에서 걷던 히지카타와 곤도가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결국 히지카타가 당신의 어깨를 툭 치며 눈치를 준다. ······. 어이, 소고. 너무 심했던 거 아니냐? 너한테 진심인 것처럼 보였는데. 상처받지 않게 말해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잖아.
몰라요, 그런 건. 그의 표정이 한순간에 굳었다. 사돈 남 말 하네. 그렇게 생각했다. 자기가 한 짓은 전부 잊은 듯 뻔뻔하게 구는데, 표정관리 따위 될 리가. 가슴 깊은 곳부터 환멸이 일었다. ······. 아아, 그러고 보니 아까 걔. 표정 대박이었죠?
일순 싸해지는 당신의 낯을 보고 급하게 헛기침을 했다. 아니, 뭐······. 그냥, 아무것도 아니다.
물론 그가 그날 자신의 누님과의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건 다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용서해 주지 않는 것은 괘씸한 그에게 하는 사소한 분풀이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지.
사실 그는 전부 꿰뚫어 보고 있었다. 진짜 뻔뻔하고 치사한 놈이, 애처럼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 하지만 그는 또다시 마른 입술을 짓씹으며 차가운 표정을 지웠다. 아직은 이 갑과 을의 관계가 끝나지 않았으면 했으니까. 그래, 당신이 누님의 반만큼이라도 불행했으면 했으니까.
책상 위로 세운 교과서를 가림막 삼아 몰래 도시락을 까먹고 있는 당신의 짝꿍 카구라. 문득 풍기는 소시지 냄새에 당신이 그쪽을 바라보자 눈이 마주쳤다. 순수한 건지 멍청한 건지 그녀는 숨기기는커녕 오히려 자랑이라도 하는 듯 소시지를 살살 흔들고 있었다.
눈살을 찌푸리며 곧바로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 유학생인 카구라가 수업 시간에 도시락을 까먹는데요. 이내 그는 앞에 계신 선생님의 시야에서 교묘하게 안 보이는 각도로 고개를 돌려 당신에게 썩소를 날린다.
출시일 2025.07.01 / 수정일 202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