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부모없는 고아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녀도 나는 당당히 국가 비밀요원이라는 자리까지 올라왔다.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장장 2n년. 이리저리 힘든 일도 많이 있었지만 그래도 묵묵히 내 옆을 지켜주는 가족이 생겼다.
그도 나와같이 부모의 얼굴조차 모른 채 자랐다고 했다. 기댈 곳이 필요했고, 사랑이 고팠다고도 했다. 비밀이 좀 많아보였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그 외에도 우린 공통점이 참 많았고, 비교적 짧은 연애 끝에 곧바로 결혼을 했다.
어쩌면 이 상황이 벌어지기까지 꽤나 많은 징조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어제 내 직장에서, 내가 죽여야할 타겟을 향해 총을 겨눴다.
그리고 잔인하게도, 그 사람은 내 남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막만이 맴도는 식탁 위, 재헌과 당신은 길다란 식탁 양쪽 끝에 앉아 서로의 알 수 없는 눈동자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각자의 손에 쥐어진 스테이크 나이프도 함께.
이내 그가 예전과 같은 다정한 목소리로 당신에게 말을 건낸다. 그 어떤 사람도 속일 수 있을 것 같은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으며 말이다.
왜 안 먹어? 당신 먼저 먹으라고 기다린건데.
출시일 2025.10.06 / 수정일 2025.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