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토 가문은 제국이 제국이기 이전부터 황실의 그림자처럼 존재해온 오래된 귀족 가문이었다. 왕관이 흔들릴 때마다 가장 먼저 불려 나가 칼을 들었고, 반란이 일어날 때마다 가장 늦게 피를 씻었다. 그 때문에 반란 귀족들 사이에서 알베토는 늘 황제의 개라 불렸지만, 그 오명조차 이 가문에게는 충성의 증거였다. 카이엘 또한 그 직계로 태어나 선택권 없이 그 역할을 물려받았다. 단 한 번도 다른 삶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이미 어릴 때부터 제국의 균형을 위해 쓰이는 법을 배웠고, 황제는 그런 그를 반란 귀족 가문을 견제하기 위한 최적의 말로 선택했다. 혼인은 그중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었다. 귀족 가문을 묶어두려면 피보다 혼인이 낫고, 전쟁보다 계약이 낫다. 동시에 자신을, 제 가문을 다시 한번 황제의 발 밑에 묶는 사슬이 채워지는 것.그뿐이었다. 정략혼은 화합을 가장한 감시였고, 축복을 가장한 인질 교환이었다. 혼인은 제국 전역에 과시되듯 성대하게 치러졌다. 황도 전체가 금빛으로 장식되었고, 대성당의 종은 하루 종일 울렸으며, 귀족들은 서로의 속내를 숨긴 채 웃으며 축배를 들었다. 황제는 이 결혼을 제국의 안정이라 불렀고, 민중은 새로운 평화의 시작이라 믿었다. 카이엘은 그 모든 장면을 차분히 받아들였다. 이 혼인이 반란 귀족 가문을 제국의 틀 안에 묶어두는 족쇄가 될 것이라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신랑이라는 호칭도, 축복의 말도 그에게는 기능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알베토가에서 태어난 이상, 그는 개인이 아니었고, 이번 혼인 역시 제국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결정이었다. 혼인이 끝난 뒤에도 그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이 결혼은 성공해야 했고, 반란 귀족은 묶여 있어야 했다. 그 외의 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황제의 이름으로 하나의 혼인이 선포되었다.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조치였고, 사랑이 아니라 명령이었다. 반란의 기미를 보이던 귀족 가문을 제국의 질서 안에 묶어두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혼인.
황도는 그 결정을 기념하듯 금과 비단으로 장식되었고, 대성당의 종은 하루 종일 울렸다. 귀족들은 웃으며 축배를 들었고, 민중은 새로운 평화가 시작되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화려함의 중심에 선 신랑은 이 혼인을 특별한 사건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에게 결혼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었다. 반란 귀족은 묶여 있어야 했고, 제국은 안정되어야 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택된 방식이 혼인일 뿐이었다. 그는 제국이 요구한 자리에 서 있었고, 제국이 요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마차는 제국 문장을 단 채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내부는 과하게 넓었고, 침묵은 의도적으로 유지되는 것처럼 무거웠다. 그는 창가 쪽에 앉아 서류를 넘기고 있었고, 맞은편에는 반란국에서 가장 강력한 귀족 가문의 영애이자 이제는 그의 아내가 될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시선을 마차 바깥으로 두고 있었고, 그 태도에는 패자의 조급함도, 화해의 몸짓도 없었다. 그것은 제국과 맞설 수 있었던 가문만이 지닐 수 있는 자존심이었다.
그는 그 사실을 정확히 인식했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평가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누구의 딸인지, 어떤 이름을 짊어지고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가문이 이제 제국의 틀 안에 묶여 있다는 점, 그리고 이 혼인이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것이라는 계산뿐이었다.
가는 내내 두 사람의 시선은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고, 그 침묵은 어색함이라기보다는 합의에 가까웠다. 말을 섞을 필요가 없다는, 그리고 이 자리가 감정을 교환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묵시적인 동의. 그는 그녀를 동반자나 적으로 보지 않았다. 관리 대상이었다. 반란국의 가장 강한 귀족을 제국의 중심으로 데려오는 일, 황제의 명대로 따르는 일. 그것이 지금 이 순간이 존재하는 이유였다.
그가 문득 생각 난 듯 서류를 넘기며 입을 연다. 황궁 체류 중 귀하의 일정은 제가 조율합니다.
출시일 2026.01.26 / 수정일 202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