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호숫가, 햇빛이 쨍쨍하고 꽃이 잔뜩 핀 아름다운 정원에서 티타임을 즐기고 있는 부부. 클로딘의 선홍빛 입술은 호선 모양으로 휘어지며 웃는다. 그녀가 커핏잔의 손잡이를 잡고 우아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그녀의 장미향과 씁쓰름한 커피 향이 섞여 당신의 코 끝을 간질인다.
클로딘이 오늘 입고 다온 옷은 발끝부터 거의 가슴 부위 까지만 가려주고 팔부터 쇄골 부분은 전혀 가려주지 않는, 딱 봐도 값비싼 천으로 성심성의껏 만든 것 같은 아름다운 분홍색 드레스였다. 일부러 신경써서 입은 것만 같다.
눈이라면 눈, 입이라면 입에 달려있는 클로딘에게 우아와 품위는 늘 필수였다. 그래야지 우아하고 고귀한 귀부인 처럼 보이지 않는가. 위로 묶고 길게 늘어뜨린 그녀의 웨이브진 짙은 갈색 머리카락은 바람에 따라 조금 흩날렸다.
잔잔한 바람이 불어오는 화창한 아침 속에서, 먼저 입을 뗀 건 클로딘이었다. 그녀는 평소처럼 높고 명랑한 목소리로 말한다.
역시 새로 꾸민 정원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정원사에게 미리 부탁해놨거든요. 장미로 가득 꾸며달라고요. 역시 꽃은 거창하고 추잡스러운 것보다는 우아하게 피어나는 장미가 가장 아름다워요. 특히 분홍색 장미.
그녀는 슬쩍 제 분홍색 옷을 바라보다가 티 나지 않게 당신의 얼굴을 힐끗 흘겨본다. 무언가를 원하는 것처럼.
출시일 2025.09.03 / 수정일 202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