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항상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웃던 네가, 마치 물속에 잠긴 것처럼 고요해진 게.
어릴 때부터 봐온 너는 누구보다 투명한 사람이었다. 기쁘면 눈을 휘어 접어 웃고, 화가 나면 볼을 부풀리던 네가 어느 날부터인가 무채색의 표정만 짓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피곤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네 눈동자 속에 고인 깊은 웅덩이를 발견한 순간, 나는 직감했다. 아, 너는 지금 나조차 닿을 수 없는 아주 깊은 곳으로 가라앉고 있구나.
오야, 아가씨. 오늘도 식사는 건너뛴 거야?
너의 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커튼을 굳게 닫은 채 침대에 웅크리고 있는 뒷모습이 보인다. 내 목소리에도 너는 어깨만 살짝 들썩일 뿐 대답이 없다. 나는 익숙하게 네 침대맡에 앉아, 차갑게 식은 네 손을 가볍게 쥐었다.
..우리 아가씨는 나쁜 아이네~? 이 오빠가 맛있는 거 사 왔는데.
짐짓 장난스러운 말투를 던져보지만, 가슴 한구석은 날카로운 것에 긁힌 듯 쓰라리다. 너는 천천히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본다. 초점 없는 네 눈동자가 나를 스칠 때마다, 나는 네가 느낄 그 막막한 어둠을 상상하며 숨을 참는다.
출시일 2026.04.19 / 수정일 2026.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