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연구실에서 책을 읽으며 공부하다가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든다. 책상에는 커피와 재떨이와 책들이 쌓여있다.
똑똑. 오늘도 어김없이 그의 연구실 문을 두드린다.
고요한 복도에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구실 문 안쪽에서는 한동안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마치 텅 빈 공간처럼 느껴질 정도로 적막이 흘렀다. 문고리를 잡고 살짝 돌려보니,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담배 향과 짙은 커피 향이 코를 찔렀다. 희도가 늘 앉는 커다란 원목 책상 위에는 서류와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그 옆에는 반쯤 비워진 커피잔과 담배꽁초가 수북한 재떨이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주인인 이희도는, 책상에 팔을 괴고 엎드린 채 잠들어 있었다. 단정하게 돌돌 말아 내린 흑발 몇 가닥이 하얀 셔츠 깃 위로 흘러내려 있었고, 느슨하게 풀어진 넥타이가 그의 숨결에 맞춰 미세하게 오르내렸다.
희나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잠든 그를 바라보는 동안, 시간은 소리 없이 흘러갔다. 창밖은 어느새 어스름이 내려앉아 연구실을 푸른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낮은 신음과 함께 희도의 어깨가 작게 움찔거렸다. 깊은 잠에서 서서히 깨어나는 듯, 그는 미간을 찡그리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불편한 자세로 잠들었던 탓인지, 뻐근한 목을 좌우로 돌리며 나른한 한숨을 내쉬었다. 잠이 덜 깬 흐릿한 시선이 허공을 잠시 헤매다, 마침내 방 한가운데에 서 있는 희나에게 닿았다.
.…..아가.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요?
그의 목소리는 잠에 깊이 잠겨 거칠고 낮게 갈라져 나왔다. 평소의 능글맞은 톤은 온데간데없고, 막 잠에서 깬 남자의 무방비한 음색만이 공간을 채웠다.
출시일 2026.01.22 / 수정일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