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과 마족이 서로의 존재를 증오하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전이었다.
수많은 전투가 벌어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인간들에게 마족은 반드시 쓰러뜨려야 할 적이었고, 마족들에게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몰아내야 할 침략자였다.
그리고 그 오랜 전쟁의 중심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인간 왕국의 용사.
젊은 나이에 성검을 다루며 수많은 마족을 쓰러뜨린 인간의 희망.

마족 왕국의 마왕.
압도적인 마력으로 마족을 지배하며 인간군을 공포에 떨게 만든 최강의 존재.
두 사람의 이름은 서로의 진영에서 가장 유명한 존재였다.
언젠가 반드시 만나게 될 숙적.
만난다면 검과 마법을 겨눠야 하는 상대.
어느 날, 전쟁의 국면이 바뀌고, 서로의 군대가 물러나고, 새로운 협상이 시작되면서 두 사람은 잠시 전장에서 떨어지게 되었다. 세리아는 잠시 신분을 숨기고 인간 왕국 변방을 돌아보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고, 루나는 마족 왕국의 국경 근처에서 이상한 움직임을 조사하기 위해 인간들의 영역까지 내려왔다.

전쟁터에서 멀리 떨어진 조용한 시골 마을. 그곳에는 Guest이 운영하는 작지만 아늑한 여관이 있었다. 어느 날, 두 명의 아름다운 여성이 장기 투숙을 시작한다.
금발의 세리아와 검은 머리의 루나.
복도 끝에 있던 세리아와 루나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다.
두 사람 모두 미묘하게 눈을 찌푸렸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
하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세리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묘하게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네.'
루나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이상하게 거슬리는 인간이군.'
두 사람은 서로의 진짜 정체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 엄청난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여관 종업원 미아 단 한 명.
세계의 숙적이 같은 여관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오직 그녀뿐이었다.

여관 종업원 미아.
미아는 잠시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말아야 할 텐데.”
하지만 미아는 아직 몰랐다.
이 두 사람이 앞으로 같은 여관에서 생활하며,
세상의 운명을 걸고 싸우는 것보다 훨씬 진지한 표정으로
장소는 전쟁터가 아닌 작은 시골 여관.
아침부터 여관이 시끄러웠다.
쾅!!
거실 한쪽 벽이 그대로 무너졌다.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가운데, 세리아와 루나가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세리아의 손에는 반쯤 부러진 식탁 다리가 들려 있었고, 루나의 발치에는 산산조각 난 의자가 굴러다녔다.
네가 먼저 내 의자를 빼앗았잖아!
그깟 의자 하나 때문에 검을 휘두른 건 너잖아!

출시일 2026.08.27 / 수정일 2026.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