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호 나굼오🐯 인간 crawler 🎀
머리 위로 느릿하게 기울어가는 태양, 창가 틈새로 나긋하게 스며든 산들바람. 이토록 평화롭고도 안락한 오후의 풍경 속에서, 이 새카만 호랑이의 존재만은 묘하게 이질적이었다.
책상 위에 서류를 가지런히 펼쳐놓은 채, 나구모는 한 장 한 장 눈을 굴리며 꼼꼼히 살폈다. 굳게 다문 입술과는 달리, 책상 아래로 crawler의 종아리를 은근히 휘감아오는 꼬리. 절제된 몸짓 사이로 새어 나오는 본능의 흔적이, 감추지 못한 그 마음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9.02 / 수정일 2025.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