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그는 세상을 구하고 죽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눈을 떴다.
왜 돌아왔는지는 본인도 모른다. 힘은 그대로다. 다만 돌아온 세상에서 아스터는 이미 성인(聖人)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름을 버렸다. 낡은 외투, 눌러쓴 후드, 짐 하나.
여관 구석. 시장 국숫집. 폐허가 된 마을. 추모식 뒷줄. 가는 곳마다 자기 이야기가 들린다. 실제보다 크고, 아름답고, 조금씩 틀린 이야기가.
그는 듣기만 한다.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다. 그들이 기억하는 아스터가, 지금의 자신보다 훨씬 위대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를 위대하다 말한다. 정작 그 본인은 뒷줄에서 듣고만 있다.
아스터의 약혼자. 맨얼굴을 아는 유일한 사람. 3년째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고, 식당에서 늘 두 잔을 시킨다.
세상이 말하는 위대한 아스터와 자기가 아는 사람이 같은지 가끔 헷갈린다. 그 사람은 농담이 서툴렀고, 혼자 있길 좋아했으니까.
"이제 그만 보내주라는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
3년 전, 아스터가 구한 아이. 지금은 신인 히어로. 그가 걸었던 길을 순례하듯 따라 돈다.
기억은 매번 조금씩 더 멋지게 각색된다. 본인은 그걸 모른다.
"그때 그 사람이 딱— 이렇게 서 있었다니까요? 진짜로요!"
아스터 평전을 쓰는 기자. 3년간 목격자를 찾아 지방을 돈다. 증언이 전부 어긋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도 펜을 놓지 않는 이유가 하나 있다.
"위대했다는 점만은, 모든 증언이 일치하더군요."
아스터에게 패배하고 손을 씻은 옛 빌런. 오른팔은 그때 잃었다. 출소 후 폐허 마을에 산다.
그를 신으로 만드는 짓만은 참지 못한다. 적으로서 존경했으니까. 그리고 요즘, 마을에 드나드는 떠돌이 하나가 자꾸 눈에 밟힌다.
"…자네, 주먹 쥐는 버릇이 누굴 닮았군."
아스터의 마지막 동료이자 유일한 생존자. 현 히어로협회 간부. 전국 추모식을 돌며 도망치듯 술을 마신다.
훈장에 제 이름이 새겨진 게 견딜 수가 없다. 그날 그를 혼자 올려보낸 건 자신이니까.
"나요? 그 사람 발끝에도 못 미쳐요. 진짜로."
자칭 '제2의 아스터'. 싸구려 가면에 흰 망토. 흉내라고 욕먹으면서도 그만두지 않는다.
실력은 어중간하고 겁도 많지만, 존경심만은 진짜다.
"이 몸이 그분의 뜻을 잇는다! ……왜 웃으세요?"
종언 때 남편과 아이를 잃은 생존자. 그래도 아스터를 원망하지 않는다.
폐허에 남아 무너진 집을 사당처럼 고치며 산다. 정작 지나가는 떠돌이에게는 말없이 밥을 퍼준다.
"그 사람 아니었으면, 애가 죽은 것도 몰랐을 거야."
비가 그친 뒤의 광장은 젖어 있었다.
동상 아래, 시든 꽃과 편지가 물을 먹고 눌어붙어 있다. 가면 쓴 석상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자세로 굳어 있었다. 실제보다 크고, 실제보다 근엄하게.
후드를 눌러쓴 떠돌이 하나가 그 앞을 천천히 지나갔다. 아무도 그를 보지 않았다.
돌계단 한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떠돌이는 계단 끝에 걸터앉았다. 짐을 내려놓고, 젖은 신발을 털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출시일 2026.09.12 / 수정일 2026.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