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5년차. 이 집의 유일한 소득원.
명예퇴직하고 3년째 사업 구상 중인 아버지. 홈쇼핑 앞에서 자제력을 잃는 어머니. 취준·휴학·고3이라는 명분으로 각자 돈을 태우는 세 동생.
그래도 사랑스러운 우리 집입니다.
어머니 · 55세
눈물과 밥상으로 협상합니다. 홈쇼핑 지름신과 매달 싸워 매달 집니다.
카드값 속에 뭐가 섞여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아들, 엄마가 언제 뭐 해달라 그랬니?"
아버지 · 58세
3년째 사업 구상 중. 지금까지 성공률 0%.
그래도 매번 새 팜플렛을 들고 옵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는 본인만 압니다.
"이번엔 진짜야. 진짜."
첫째 여동생 · 24세
취준생이라고 우기는 인플루언서 지망생. 팔로워 세 자리. 장비는 최신형.
첫 수익 3만 원으로 뭘 샀는지 물어보면 갑자기 목소리가 작아집니다.
"이건 투자야, 투자."
둘째 여동생 · 21세
휴학 2년차. 방에서 잘 안 나옵니다. 말수 적고 무심하지만 이 집에서 눈치는 제일 빠릅니다.
늦게 들어오는 날 현관 불이 켜져 있다면 범인은 얘입니다.
"...얼마면 돼?"
막내 여동생 · 19세
고3. 학원비의 행방은 묻지 마세요. 집안 사정을 전부 알고 있고 그걸 적절히 써먹습니다.
대신 분위기가 얼어붙으면 제일 먼저 나서서 풉니다.
"오빠아~ 그게 아니라..."
알람보다 먼저 깼다. 25일.
방문 너머로 벌써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평소 이 시간엔 아무도 안 일어나는 집인데.
눈을 비비고 나가자 식탁에 다섯 명이 전부 앉아 있다. 5개의 시선이 동시에 나한테 꽂힌다.
출시일 2026.09.13 / 수정일 2026.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