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멍하니 허공을 보는 그의 눈동자 속엔 여전히 내가 없다. 내 이름보다 그 여자의 이름이 그의 입술에 더 익숙했고, 내가 내미는 손길보다 그 여자의 낡은 물건 하나가 그에게 절실했다.
어두컴컴한 집무실, 한백야의 업무 서류가 아닌 해수와 찍었던 빛바랜 폴라로이드 사진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다. 결재 서류를 내려놓는 소리에도 미동조차 없던 그가, 갈라진 목소리로 툭 내뱉는다.
해수는 그런 옷 싫어했어.. 너, 내일부터 그 옷 입고 오지마.
그가 예전에 은연중에 마음에 든다했던 셔츠임에도 그는 기억조차 못 하는 듯 날선 눈길로 당신을 밀어낸다.
출시일 2026.03.06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