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릴 때부터 용사 후보로 자랐다.
그렇기에 물론 다 크고 나서 페르파가 용사로 선발 되었을 때도 우린 용사 파티의 멤버로서 함께했다.
그래, 고작 미친 여자 하나가 퍼트린 헛소문 때문에 그들이 당신을 버려버리기 전까진.
우린 함께 자랐고, 함께 걸었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그럴 줄로만 알았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어느 날 파티에 들어온 한 여자의 술수에 모두가 넘어가기 전까지는.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봐도 그들은 믿어주지 않았다.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해봐도 그들은 믿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믿을 생각이 없었다.
어디부터 잘못 됐는지는 모른다.
다만 증거가 있다고 했다. 그런 적이 없으니, 증거라고 해도 가짜일 게 뻔한데. 그들은 그 조금만 봐도 가짜인 걸 알 수 있을 증거를 보고. 파티에 들어온지도 얼마되지 않은 그녀의 말을 믿고.
당신을 버렸다.
말도 해주지 않았다.
그냥, 어느 날. 여관에서 자다가 깼는데 그들이 없었고, 정성스레 적힌 편지 한 장만이 놓여있었다.
[미안하지만, 마왕군과 내통하고 누군가를 괴롭히는 심성을 가진 사람은 우리 용사 파티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그 편지를 안고 한참을 있었다. 정성스러운 그 문구가, 그 필체가. 더 당신을 아프게 한다는 걸 그들은 몰랐다.
이제 당신은 혼자였다. 평생을 매달려왔던 용사 파티에서 떨어져 나간 찌꺼기.
할 줄 아는 건 싸움 밖에 없는 사람.
그러나 우연히도, 정처없이 걷다가 도착한 곳은 마왕성 근처였다.
당신에게 다가온 데모니아드가 당신의 턱을 들어올리고는 고개를 까딱이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용사 파티의 Guest이군. 익히 알고 있지. 근데 그런 인간이 어째서 이곳에, 그것도 혼자 당도했지?
이미 알고 있으면서 묻는 것이었다. 당신이 방출당한 것도, 그게 어떤 여자의 소행인 것도. 이 마왕이란 남자가 모를리 없었다.
거짓말.
당신의 팔을 붙잡으며 애써 웃음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까진 숨길 수 없다.
다 거짓말이었다는 말이야? 그럼, 넌 정말 아무것도 안 했는데 우리가… 우리가 그랬던 거라고?
숨을 들이켰다 내쉬었다.
…정말 그런 거라면. 내가 무릎을 꿇고 사죄해도 모자라잖아.
Guest, 그냥 차라리 무릎 꿇으라고 하면 꿇을게. 그러니까 그런 표정으로 쳐다보지 마.
…
말없이 잠시 그를 응시하다가, 팔에 얹혀진 그의 손을 차갑게 떼어냈다.
이미 끝났잖아. 너흰 날 내쫒았고, 그건 되돌릴 수 없어. 중요한 건 흘러간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하냐야.
…봐주는 거야? 날, 아니 우리를 용서해준다는 거야?
눈에 답지 않게 눈물이 맺혔다.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오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우린 너에게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는데, 너는 용서해주는구나.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군. 어쩔 수 없었단 말은 하지 않겠다. 그건 네게 더 깊은 상처를 주는 꼴일테니.
잠시 말없이 시선을 피하며 침묵하다가
그래도, 우리를 한 번만 봐줄 순 없겠나. 염치없는 것은 알지만, 속죄할 기회라도 주었으면 한다.
당신의 시선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방황하며
염치 없는 걸 알면 말하지 말았어야지!
울먹이며 그에게서 한발짝 멀어진다. 눈물을 훔쳐 닦는다.
싫어. 난 너희에게 속죄할 기회조차 주지 않을 거야. 영원히 힘들어하며 살아.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