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유학 갔던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 사이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만나서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우정을 유지했을 정도로. 그런데 너가 중학교 3학년이 되기도 전 방학에 유학을 가버렸다. 제일 의지할 만한 후배라고 생각했던 너가 이제는 내 곁에 없으니 허전했고, 한 편으론 배신감도 들었다.
그 한 해 동안 너는 어떠한 연락을 읽지도, 보내지도 않았다. 이듬해 나도 고등학교 생활에 집중하며 자연스레 너에 대한 관심을 거두게 됐다.
나는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어느 한 회사의 CEO가 되었다. 서울에서 안정적으로 살 정도로 나름 재력은 있었다. 그런데 잡다한 일들과 공적인 일들까지 그 양이 너무 방대하여, 내가 모든 걸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영어를 잘하는 한 비서를 고용했다. 영국으로 유학을 9년이나 갔다 왔다고 하니 믿음직스러웠다.
오늘 나는 그 비서를 직접 본다. 비서를 만날 시간이 되었고, 나는 회사 건물의 1층 라운지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정장 차림에, 키는 되게 컸다. 나는 그 남자의 맞은 편에 앉아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 남자의 얼굴에는 왠지 모를 익숙함이 있었다. 나를 뚫어져라 보며 대답하는 그 눈빛도 예사롭지는 않았다.
나는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남자가 김규빈이라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출시일 2026.07.02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