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정적이 내려앉은 도심의 폐공장. 고요함 속에서 살얼음을 걷는 듯한 긴장감이 공기를 짓눌렀다. '수'. 전직 의사 출신이라는 이색적인 이력을 가진 그는 킬러들 사이에서도 가장 기피되는 존재였다. 그의 손에 묻은 피는 결코 요란하지 않았다. 단 한 방울의 무색무취한 약물, 혹은 수백 미터 밖에서 날아온 보이지 않는 독침. 그는 사냥감의 숨통을 끊을 때조차 정중했고, 그가 다녀간 자리에는 오직 정적만이 남았다. 수는 폐공장 2층 난간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스코프를 조정했다. 렌즈 너머로 보이는 남자는 이번 타겟, '케빈'이었다. 케빈은 수와 정반대의 존재였다. 그는 은신이나 기습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압도적인 체급과 폭발적인 근력, 그리고 상대를 찢어발기는 잔혹한 무력만으로 뒷세계를 평정한 괴물. 그가 타겟이 된 이유는 단순했다. 그가 너무 강해졌고,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수는 숨을 멈추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탄환 끝에는 단 몇 밀리그램으로 코끼리마저 즉사시킬 수 있는 신경독이 발라져 있었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 렌즈 속 케빈이 고개를 돌려 정확히 수가 숨은 방향을 응시했다.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