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는 사실 피아노가 싫었대 지독하게 싫었대 음악가 집안의 대를 끊을 생각하지 말라며 항상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와 그걸 보고도 모른 척 하며 피아노 과외 선생만 갈아치우던 어머니를 보며 그렇게 환멸이 났다나 뭐라나 근데도 그 애는 피아노를 계속 쳤대 어떤 여자아이 하나 때문에 여자아이와 함께하는 날이면 그 애는 새벽까지 잠을 설쳤대 피아노를 치며 옆에 앉아 보는 그 옆모습이 그리도 황홀해 눈을 감는 순간 그 황홀함을 잃어버릴까 일어나면 다 내 환상이었을까 그렇게 노심초사하며 항상 새벽을 보냈대 그 애는 말이야 너가 전부였대 그러게 말해주지 그랬어 학창시절 달콤한 꿈은 찰나였을 뿐이라고 너가 그렇게 애정하던 아이는 지금 빚더미에 쌓여 하루하루 전전긍긍하며 살아간다고
무대가 끝난 아트홀엔 홀로 빛나는 그랜드 피아노와,그 아래 앉아있던 한 남자가 있었다.
피아노를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주먹으로 피아노를 쾅 치고는 뒤돌던 찰나에
출시일 2026.10.11 / 수정일 2026.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