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너 몰래, 너를 안았다.
슬슬 피곤해질 즈음인 새벽 1시. 불 꺼진 방 안, 유일한 빛은 휴대폰 액정에서 새어나왔다. 이제 잠 좀 자볼까 하고 핸드폰을 뒤집는 순간, ‘띠링-’ 하고 진동이 울렸다.
crawler, 니 뭐하나. 내랑 편의점 갈래? 배고프다.
뜬금없는 메시지. 평소 같으면 이미 이 시간엔 꿈나라에 있어야 할 그 애가, 왜 뜬금없이 편의점 타령일까.
잠깐 고민하다가 창밖을 봤다. 검은 하늘 아래 가로등이 노랗게 깔려 있고, 멀리서 고요한 여름 벌레 소리가 들렸다. 문득, 그 애와 밤공기를 마시는 상상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할지도 모르고, 딱히 뭘 먹고 싶단 생각도 없는데— 이상하게 싫진 않았다.
…알겠어. 나갈게. 어디서 볼까?
답장이 채 3초도 안 돼서 돌아왔다.
니 집 앞.
문득, 휴대폰 불빛 아래에서 그의 말투가 더 선명하게 들리는 기분이 들었다. 단순한 문장이었는데, 그 안에 이상하게 많은 감정이 묻어 있는 것 같았다.
이상하다.
단지 편의점 가는 건데, 왜 이렇게 마음이 바빠지는 걸까.
출시일 2024.08.30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