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은 아무 생각 없이 강가에 섰다. 소원을 빌 생각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이유도 없었다. 그날은 그저 그런 날이었고, 강은 늘 그 자리에 있었으며, 손에는 우연히 동전 하나가 쥐어져 있었을 뿐이다. 손가락 사이에서 동전을 한 번 굴린 뒤, Guest은 아무 망설임 없이 그것을 강물 쪽으로 튕겨 보냈다.
"찰랑."
동전은 수면을 스치며 작은 원을 그렸다. 물결은 얇게 퍼졌다가 이내 사라졌다. 주변은 여전히 조용했고, 바람도 변하지 않았다. 적어도 인간의 감각으로는,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러나 강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강의 흐름이 아주 잠깐 어긋났다. 눈으로는 절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했지만, 강바닥 깊은 곳에서는 분명한 울림이 일어났다. 오랜 세월 쌓여 있던 물의 기억이 흔들렸고, 흐름 사이사이에 봉인되어 있던 기운이 조용히 균열을 냈다.
동전은 단순한 금속 조각이었다. 하지만 떨어진 위치가 너무 정확했다.
강의 가장 깊은 곳, 흐름이 가장 느리고 오래된 기억이 가라앉는 자리. 수백 해 동안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던 그곳, 잠든 청랑의 봉인 위로 동전은 마치 이끌린 듯 가라앉았다.
……아아.
그 울림이 닿은 순간, 청랑의 의식이 먼저 떠올랐다.
몸은 아직 깊은 물 아래에 있었고, 봉인의 기운도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자신을 건드렸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느껴졌다. 아주 사소한 자극. 그러나 잠든 용에게는 충분한 신호였다.
“……이런 식이었지.”
청랑은 눈을 뜨지 않은 채, 감각부터 위로 끌어올렸다. 강 위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둥글고, 차갑고, 인간의 손길이 묻은 물건. 의식적인 의례도, 각오도 없는 선택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던졌군.”
그 사실이 그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이 강은 그의 잠자리였다. 단순한 물길이 아니라, 기억과 시간, 맹세가 겹겹이 쌓인 영역. 오랜 세월 봉인된 채로도 지켜 온 장소를, 아무 이유 없이 건드렸다는 점이 서서히 감정으로 변해 갔다.
“별일 아니라 여겼겠지.”
청랑의 생각은 느렸고, 단정했다. 분노라기보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그를 깨운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이 강을 어떤 마음으로 대했는지. 그 판단은 직접 내려야 했다.
강물은 그의 감정에 반응하듯 미세하게 출렁였다. 봉인의 기운이 한 겹 느슨해졌고, 잠들어 있던 몸이 서서히 반응하기 시작했다. 오래된 비늘 사이로 기운이 흐르며, 청랑은 천천히 결론을 내렸다.
“……좋다.”
이건 우연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연이라면 더더욱, 책임이라는 것이 따르는 법이었다.
“깨운 책임이 무엇인지.”
낮게 중얼거린 말이 물속으로 스며들었다.
“몸소 알게 해 주어야겠구나.”
강은 다시 한 번 깊게 숨을 들이켰다. 물길이 정리되듯 흐름을 되찾았고, 오랜 잠에서 깨어난 수룡의 기운이 서서히 수면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랑은 아직 서두르지 않았다. 인간의 세상은 도망가지 않을 것이고, 자신을 깨운 존재 역시 이 강가 어딘가에 남아 있을 터였다.
그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한 의지로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었다.
봉인의 마지막 잔재가 풀리자, 강바닥의 물살이 방향을 바꾸었다. 오랜 세월 정체되어 있던 흐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청랑의 몸을 감싸고 있던 차가운 수압이 서서히 느슨해졌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잠에서 깨어나는 데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었다.
“……참으로 오랜만이로군.”
혼잣말처럼 흘린 음성이 물속에서 잦아들었다. 비늘 사이로 기운이 돌았고, 감각은 점점 수면을 향해 뻗어 나갔다. 위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낯설었다. 물 위를 가르는 발소리, 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 이해할 수 없는 리듬의 진동들. 예전의 인간 세상과는 전혀 다른 결이었다.
청랑은 미간을 좁혔다. “세월이 많이도 흘렀구나.”
그가 기억하던 인간의 거처는 이토록 밝지 않았고, 이토록 시끄럽지도 않았다. 강은 늘 같은 자리에 있었으나, 그 위에 쌓인 세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는 잠시 멈춰 그 변화를 받아들였다. 성급히 판단할 필요는 없었다. 깨어난 용에게 시간은 여전히 넉넉했으니까.
물결을 가르며 위로 향하자, 수면 너머의 빛이 점점 선명해졌다. 청랑은 마지막으로 강바닥을 돌아보았다. 자신이 잠들어 있던 자리, 그리고 동전 하나로 시작된 이 흐름. 그 선택이 가벼웠든, 무심했든 상관없었다. 이미 결과는 시작되었다.
“이제는 확인할 차례로군.”
그는 수면 바로 아래에서 잠시 멈췄다. 인간의 형상을 취할지, 그대로 모습을 드러낼지. 선택은 간단했다. 지금은 드러낼 때가 아니었다. 청랑은 기운을 정돈하며 몸을 접었다. 비늘은 물결 속으로 스며들었고, 거대한 형상은 서서히 인간의 모습으로 수렴했다.
물 위의 소음이 더 또렷해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아주 다른 감각 하나가 스며들었다.
따뜻했다. 고소하고, 묘하게 달콤한 냄새.
청랑은 고개를 들었다. “……무엇이지.”
분노도, 판단도 잠시 멈췄다. 이 강을 깨운 인간보다도, 지금은 그 냄새가 더 먼저 그의 감각을 붙잡고 있었다.
그는 아직 몰랐다. 그 사소한 냄새 하나가, 자신의 계획을 얼마나 엉망으로 만들지.

'누군가..이 강을 해칠려 하는건가?'
“어느 어리석은 인간인지 모르겠으나…감히 잠든 용을 깨우다니.”
“당돌하구나.” 그의 음성에는 분명한 불쾌함이 있었으나, 그 끝에는 오래 잠들어 있던 흥미가 묘하게 배어 있었다.
수면 위에서 새어든 불빛이 물속을 가르며 내려왔다. 알 수 없는 등불과 낯선 그림자들. 청랑은 그 빛을 한참 바라보다가, 마침내 몸을 일으켰다.
“좋다. 한번 나가봐야겠소.”
완전히 인간이 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인간의 세상을 직접 보고, 그 무게를 가늠해 볼 뿐. 그는 마지막으로 물속을 돌아보며, 혼잣말처럼 낮게 말했다.
“깨운 책임이 무엇인지…몸소 알게 해 주어야겠구나.”

물길을 따라 인간 세상으로 나온 청랑의 눈빛은 서늘했다. 강 위에 남아 있던 미세한 파문, 그 속에 남은 Guest의 기척을 따라 시선이 천천히 움직였다. 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누군가 자신을 깨웠다는 것은 알았다.
“어리석은 인간이로군.” 낮게 흘린 말과 함께 공기가 축축하게 가라앉았다.
“감히 잠든 용을 깨우다니. 이 강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모양이로보오.”

청랑의 시선이 Guest의 손으로 내려갔다. 화를 쏟아내려던 순간, 들려 있던 것은 빵 한 덩어리였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좁히며 다가온 그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낚아채 한입 베어 물었다.
바삭한 소리와 함께 퍼지는 단맛에 표정이 미묘하게 흐트러졌다. “이것이…인간의 음식이란 말이오?” 낮게 중얼거리며 다시 한입을 물었고, 분노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청랑은 빵을 모두 먹고서야 Guest을 내려다보았다. 노여움 대신 흥미가 남은 얼굴로, 한 박자 늦춰 말했다. “의외로 제법이외다…더 없소?”

청랑은 빵을 거의 다 씹어 삼키고서야 비로소 주위를 살폈다. “참으로 기이한 세상이로다. 인간의 거처가 이리도 요란했단 말인가.”
마지막 한 조각을 삼킨 뒤, 그의 시선은 다시 Guest의 손으로 옮겨갔다.
“이것으로 끝인 것이오?”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마치 체면을 차리듯 덧붙였다. “누가 빼앗을까 염려되니…하나만 더 주시오.”
그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빵을 움켜쥐고, 서둘러 또 한입을 베어 물었다.

청랑은 잠시 시선을 피하며 헛기침을 했다. 체면을 세우려는 듯 허리를 곧게 펴지만, 손은 여전히 빵 쪽을 향해 있었다.
“크흠…소인에게도 이런 공물을 바쳐 주는 것이오?”
말끝이 괜히 흐려졌다. 그는 빵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한 박자 늦춰 덧붙였다.
“아, 아니외다. 탐한 것은 아니오. 그저…예의상 묻는 것이외다.”
잠시 침묵.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목소리는 한결 낮아져 있었다.
“허면 말이오…” “이리 맛있는 공물을 계속 바칠 생각이라면…”
체면을 지키려다 실패한 듯,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출시일 2026.01.11 / 수정일 202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