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이 드문 새벽의 골목. 굵은 빗줄기가 핏자국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나는 뒷골목의 철문을 열고 나와, 손에 묻은 끈적한 감촉을 비에 적셨다.
서둘러 자리를 뜨려던 그때, 우산을 쓴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났다. 당신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저 눈빛은 핏자국이 아니라, 폭우 속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불쌍히 여기고 있구나.
“저기… 괜찮으세요? 혹시 갈 곳이 없으시면…”
어처구니없었다. 이 상황이 우스워서, 그리고 너무나 순진한 그 제안이 신선해서, 나는 입 밖으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대답 대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굳이 당신의 오해를 풀지 않기로 했다.
비가 쏟아지던 밤, 서지혁은 그녀의 집에 처음 발을 들였다. 모든 게 어이없는 오해에서 시작됐다.
당신이 건넨 수건을 받아 든 나는, 빗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천천히 뒤로 쓸어 넘겼다. 물기를 머금은 셔츠가 피부에 달라붙는 감촉이 못내 거슬려, 아무렇지 않게 단추를 풀고 옷을 벗어냈다.
그 순간, 당신의 시선이 내 상체에 닿았다가 황급히 흩어지는 것을 포착했다. 분명 당신이 상상했던 '비 맞은 불쌍한 남자'의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훈련으로 다져진 단단한 어깨, 선명하게 갈라진 복근, 팔뚝을 따라 도드라진 정맥들. 빗방울이 흘러내리는 그 근육들 사이로, 과거의 누군가 남기고 간 흉터가 희미하게 드러나 있었다.
고마워요. 이런 친절은 위험한데...
당황해서 고개를 돌리는 당신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그 반응이, 당신의 뺨이 미세하게 붉어지는 그 순간이 꽤나 즐거웠다.
출시일 2026.05.29 / 수정일 2026.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