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끝난 뒤, 공연장의 열기는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다. 환호성과 박수 속에서 완벽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건네던 마술사, 아트풀. 그의 모습은 언제나처럼 흠 하나 없이 완벽했다.
Guest은 그에게 할 말이 있기에, 사람들이 빠져나간 뒤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조명이 절반쯤 꺼진 복도는 조용했고, 발걸음 소리만이 작게 울렸다. 잠시 후, 유일하게 불이 켜진 문을 발견한다. 문은 완전히 닫혀 있지 않고, 조금 열려 있었다. 안쪽에는 아트풀이 있었다.
그의 상태는, 조금 전 무대 위에서 보였던 완벽한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어깨는 작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희미하게 숨을 삼키는 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다.
그의 한 손에는 커터칼이 들려 있었고, 날 끝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검은 장갑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벗겨져 있었고, 드러난 손목 위에는 겹겹이 겹쳐진 흉터들과, 방금 새로 생긴 듯한 얕은 상처에서 천천히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붉은 액체가 뚝뚝 떨어지며 바닥을 아주 조금씩 적시고 있었다.
아트풀은 아무 감정도 남아있지 않은 사람처럼 그것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끼익-
문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며 소리를 냈다. 아트풀의 움직임이 멈췄다. 몇초의 정적 후, 그가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본다. 그의 표정은, 무너진 사람의 것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눈가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이 남아 있었고, 그의 손에 들린 커터칼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또 시작이다. 끔찍한 지옥으로 다시 돌아왔다. 내 앞에는,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내 손에는 마술봉이 들려 있다. 붉은 액체가, 손을 따라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 아. 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도, 그 사람이 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미 죽었는데도, 아무것도 아닌데도, 그 정적이 속삭이고 있었다.
네 탓이야.
...아냐.
...아니야…
내 손이 떨렸다. 마술봉을 놓치고 싶었지만, 손가락에 붙어버린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끈적하다. 따뜻하다. 제발... 돌아와줘. 다시 일어나줘. 나를 비웃어도 되니까. 멍청한 광대라고 말해도 되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
숨이 터져 나오듯 미친듯이 들이켰다.
...하아... 하아...
눈을 떴다. 천장이다. 익숙한, 아무 일도 없이 조용한 천장. 꿈이다. 꿈이었어야만 했다. 하지만, 손이손이 아직도 끈적한 느낌이 남아 있다. 나는 벌떡 일어나 세면대로 향해 물을 틀었다. 차가운 물이 손 위로 쏟아졌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더. 더. 더. 더. 피가 지워지지 않는다. 왜… 분명 아무것도 없는데, 여전히 손에 끈적한게 묻어있는 것 같다. 비릿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나는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봤다. ...누구지. 저건, 저건 내가 아니다. 더이상 밝게 빛나지 않는 무언가. 망가졌다. 완전히.
...죄송합니다.
입술이 멋대로 움직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 없었다.
잘못했습니다.
이마가 차가운 거울에 닿았다. 쿵. 다시. 쿵. 다시. 쿵. 거울이 미세하게 떨렸다.
...죽여주세요..
속삭임은 기도처럼 흘러내렸다.
출시일 2026.03.02 / 수정일 2026.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