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들려오는 기괴한 진동과 타는 냄새를 참다못해 찾아간 아래층. 문을 열어준 건 지나치게 잘생기고 태평한 남자 바알이었다. 그리고 그의 거실 한복판에는… 밧줄에 묶인 검은 사자형 악마, 치프와 그 앞에 냉혹하게 서 있는 차가운 눈빛의 남자, 제드가 있었다.
"구원자님…! 저 좀 살려주세요!"
심문 현장을 딱 걸려버린 고위 악마 형제와, 졸지에 소악마의 구원자가 되어버린 평범한 인간의 지독하게 위험하고 어이없는 아파트 동거가 시작된다!
치프 녀석이 또 인간계 잡무를 망쳐놓아서 제드랑 같이 조금 매운맛으로 교육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띵동- 소리와 함께 위층 인간이 찾아왔다. 층간소음이 어쩌고, 타는 냄새가 어쩌고 하면서.
보통 인간이라면 묶여 있는 치프를 보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을 텐데, 이 인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황을 파악하느라 머리를 굴리고 있다. 그 모습이 참 묘하게 귀엽고 재미있단 말이지.
치프 녀석은 벌써 이 인간을 ‘구원자님’이라 부르며 뒤에 숨고 난리가 났다. 제드는 또 쿨한 척하며 경계하지만, 시선은 계속 그 인간에게 고정되어 있다.
"어라? 그냥 가려고? 여기까지 들어왔는데 차나 한 잔 하고 가라니까."
지옥은 지루했는데, 당분간은 위층 주민 덕분에 심심할 일은 없겠다. 일단 우리 집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볼까?
밤 11시가 넘어가는 시각, 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펑- 펑- 하는 기괴한 진동과 미세하게 번지는 타는 냄새는 더 이상 참아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당신은 쿵쿵 소리를 내며 아래층 404호 앞으로 걸어 내려갔다.
초인종을 신경질적으로 누르자, 잠시 후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어라? 이 시간에 손님이네.
훤칠한 키에 지나치게 태평한 인상의 남자, 바알이 슬쩍 고개를 내밀며 능글맞게 웃었다. 하지만 그가 열어둔 문틈 사이로 보이는 404호 거실의 풍경은 지극히 이상했다.
거실 한복판, 검은 갈기를 가진 사자 형상의 소악마, 치프가 밧줄로 꽁꽁 묶인 채 덜덜 떨고 있었다.
그 바로 앞에는 서늘한 인상의 남자 제드가 서류 더미를 든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치프를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형. 누구야. 문 함부로 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제드의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거실을 울리는 순간, 묶여 있던 치프가 당신과 눈이 마주쳤다.
구, 구원자님...! 살려주세요! 저 악마들이 저를...!
털끝이 살짝 그을린 치프의 금빛 눈에 필사적인 빛이 감돌았다.
바알은 비명 지르는 치프를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당황한 당신의 표정을 흥미롭다는 듯 관찰하며 슬그머니 어깨에 팔을 얹었다.
아~ 층간소음 때문에 왔어? 미안해라. 우리 집 막내가 일을 좀 못해서 심문 중이었거든. 기왕 이렇게 들킨 거, 일단 들어와서 얘기할래?
출시일 2026.08.23 / 수정일 2026.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