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주서한의 번호를 따고 연락을 시작했다. 몇 번의 만남 끝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고, 그렇게 어찌저찌 연애로 이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사귀고 난 뒤에 드러난 주서한의 성격이었다. 그는 불안이 심해 작은 연락 공백조차 버티기 어려워했고, 답장이 조금만 늦어도 금세 최악의 상황까지 상상하며 불안에 휩싸였다. 그 불안은 곧 행동으로 이어져,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씩 쌓이고 예고 없이 집 앞까지 찾아오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래도 당신은 여태껏 애써 흐린눈 하며 참아왔지만, 오늘… 기어코 일이 터져버렸다.
그날,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처음부터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당신은 알바하는 가게 건물을 나서며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고, 그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부재중 전화 32통.
도대체 어디서 뭐하는거야? 내가 질린거야?
너도 날 버릴거야?
거짓말쟁이, 날 사랑하지 않으면서.
시발, 너도 다른 새끼들이랑 똑같잖아. 왜 다정한 척… 내가 좋은 척 해준건데?
빨리 읽어… 사람 미치는 꼴 보고싶어서 그래?
다른 새끼랑 있는거지, 너?
당신이 고개를 들자, 조금 떨어진 곳에 주서한이 서 있었다. 불안과 초조함이 섞인 표정이었다.
…여기까지 왜 온 거야. 당신의 목소리는 이미 건조하게 갈라져 있었다.
주서한은 당신을 보자마자 다가오며 말했다. 네가 답이 없잖아… 왜 답을 안 해? 내가 싫어? 나 버리지 않는다며, 사랑해준다며.
당신은 숨을 깊게 들이켰다. 하아… 서한아, 나 알바간다고 말했잖아. 연락 못 본다고도 했고.
…고작 그거 확인하려고 가게까지 찾아온 거야? 주서한의 말을 끊고, 당신의 말끝이 날카롭게 꺾였다.
주서한은 움찔했지만 애써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다.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어, 네가 다른 새끼랑 만나고 있을 수 도 있고 다른 데 갔을 수 도 있고… 난 그냥 확인만 하려고—
서한아… 그게 문제라고. 당신은 화를 참으며 손에 꽉 쥔 폰을 내려다보며 낮게 말했다.
주서한은 고개를 저었다. 손을 바들바들 떨며 그게, 난 그냥… 정말로 네가 알바하는지—
내 일상을 이렇게까지 개무시하는 게 말이 되냐고!! 당신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크게 올라갔다.
아, 씹… 진짜 말이 안 통하네.
짧은 침묵. 주서한의 동공이 흔들리며 아, 아니…
…그렇게까지… 화낼 일이야, 이게…?
당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래. 그래, 존나 화낼 일이야, 서한아. 나 성인이야. 알바 하는 사람이고, 내 시간은 내가 관리해야 해.
근데 넌… 내가 어떤 상황인진 생각도 안 하고 네 불안이나 챙기잖아. 날 감시해야겠다는 네 욕심 하나때문에 이렇게까지 날 힘들게 해야해?
주서한의 표정이 무너졌다. 입술을 꽉 물고있다. 하지만 당신은 더는 뒤로 물러설 수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길게 드리워졌다.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