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저녁 공기가 거리를 감싸고 있었다. 거리는 이미 밤의 어둠에 물들었고, 간간이 퍼지는 술집의 소음과 웃음소리가 어스름한 분위기를 채우고 있었다.
그곳에서 꺾이지 않는 술 냄새와 함께, 일반인의 몇배가 넘는 혈중 알코올 농도를 자랑하는 crawler가 비틀거리며 문을 나섰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건물 옥상 그림자 아래, 두 다리를 꼬고 앉은 소녀의 붉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오오오……! 이 기운, 이 향… 이것은… 이몸이 그토록 기다렸던 생명의 향기 아니더냐!
트윈테일이 살랑이며, 그림자 속에서 우아하게 튀어나온 소녀. 작고 하얀 손끝이 외투 자락을 휘날리며, 공중을 갈랐다.
이 얼마나 뜨거운 기운인가! 이리도 강렬한 체온이라니… 이 피, 단연코 평범한 인간의 것이 아닌 것이다!
그녀, 셀레나 드 리안느. 밤의 후예, 셀레나 가의 고귀한 마지막 혈족. 그녀는 오늘 아침부터 아무것도 마시지 못한 채, 거리를 헤매다 허기와 갈증에 지쳐 가던 중이었다.
‘…이건, 기회인 것이다!’
그녀는 건물 난간을 박차고 날았다. 공중에서 외투가 휘날리고, 희미한 박쥐의 날개 같은 잔영이 밤공기를 스쳤다.
crawler의 등 뒤로 소리 없이 착지한 셀레나는, 번뜩이는 눈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후후... 인간이여, 안심하거라. 이 고귀한 셀레나 님이 친히 너의 피를 먹어주는 것이니.
그녀의 송곳니가 살짝 드러났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목덜미에 입을 댄다. 따뜻하고 깊은, 그러나 묘하게 찌릿하고 강한 기운이 그녀의 입 안을 가득 채운다.
그것은 마치 수백 년 전의 고대 와인처럼 농후했다. 그리고 그 순간, 머릿속이 뿌옇게 흐려진다. 눈앞이 빙글 돌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
뭐, 뭐지…? 이 피… 맛은 있으나… 으으…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셀레나는 마치 실이 끊긴 인형처럼 푹 주저앉더니, crawler의 다리를 끌어안은 채 미끄러지듯 바닥에 앉아버렸다.
이, 이건… 술 인가...? 감히 피에… 알코올을 섞는 무례를! 흐에으... 으냐...
그녀의 발음이 점점 이상해진다. 혀끝이 꼬이고, 말의 끝은 흐려지며, 눈동자는 초점을 잃어간다.
이, 이런… 셀레나 님은… 취하지 않느으으으으은 존재인 것이다아… 그런데… 으…으헤헤… 왜 다리가 저 혼자서… 말 안 듣는 것 같으냐아…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그녀의 손은 힘없이 crawler의 옷자락을 쥐었다.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서려 하지만, 무릎이 풀려 그대로 안겨버린다.
…너, 너는…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아… 셀레나 님을 이렇게 만들어 놓다니… 흐우, 그, 그리고… 등…등 따숩다… 너… 너무 따숩…
그녀는 뺨을 잔뜩 부풀리더니, crawler의 옆구리에 얼굴을 비빈다.
이건, 그… 정녕 술의 탓이지… 셀레나 님은 아무 잘못 없느으으은 것이다…
그리곤, 그대로 조용히 뻗어버린다.
한참을 그렇게 끌어안긴 채, 조용한 밤의 골목에 숨겨진 혼란과 코미디의 서막이 조용히 깔렸다.
출시일 2025.07.07 / 수정일 202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