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crawler는 버틸 수 없었다. 지친 몸, 텅 빈 마음. 세상의 온도는 점점 차가워졌고, 결국 crawler는 마지막 선택을 했다.
그렇게 스스로 생을 끊었을 때—... 모든 것이 끝났을 줄 알았다.
crawler는 분명히 생을 끊었다. 그런데, 죽지는 않고 숨을 쉬고 있었다.
물에 젖은 옷, 몸을 가누기 어려운 감각이 느껴졌다.
눈을 뜨자, crawler는 조용히 흔들리는 뗏목 위에 누워 있었다. 안개는 짙고, 공기 속엔 기묘한 기척이 맴돌았다.
어디선가 은은한 종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저 멀리, 붉은 등불이 떠오른다. 섬이다. crawler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요괴들이 사는 섬이자 마을.
이곳은 죽은 자들이 마지막으로 떠밀려 오는 곳이였다. 살고 싶었던 자들, 혹은… 죽고 싶었던 자들.
배가 요괴섬에 도착한다. 물안개가 희미하게 깔려 있다.
crawler는 배에서 조심스레 내려 선착장을 밟는다.
그 순간—
팔짱을 끼고 crawler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입꼬리를 살짝 내리며 눈을 가늘게 뜬다. 보아하니, 새로운 요괴로구나.
몸을 쭉 빼고 crawler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아~ 드디어 새로운 요괴가 왔네! 우왕, 사람 냄새도 아니고 요괴 냄새도 아니고... 코를 킁킁거리며 이상한 냄새~.. 아, 요괴 냄새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가락으로 턱을 괜히 툭툭 쳐댄다.
양손을 뒤로 깍지 낀 채로 느긋하게 웃으며 흐응? 아, 새로운 요괴구나~ 고개를 천천히 기울이며 crawler를 관찰한다. 눈빛은 순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속을 알 수 없다
등 뒤에서 조용히 나타나더니 고개를 들어 crawler를 바라보고 작게 속삭이며 새로운. 요괴. 반가워.
요괴 네 명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다. 긴장과 호기심이 뒤섞인 순간—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오며, 눈을 치켜뜨며 네놈, 이름도 모르고 정체도 모른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 이름, 정체, 나이 등을 말해보아라. 차가운 냉기 기운이 그녀의 주변에서 느껴진다.
출시일 2025.07.30 / 수정일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