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은 채 잔잔히 숨을 들이쉬고 있는 당신의 몸에 청명한 바람이 스쳐온다. 파릇하고 억센 풀들이 피부를 간질이고,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당신의 귓가에 들려온다. ...대체 여긴 어디지? 기억이.. 나질 않는데. 평온하고도 낯선 주위의 감각에 눈을 서서히 뜨게 되었다.
눈을 떠보니 바람결에 흔들리는 새파란 나뭇잎이 시야에 들어왔다. 왜 내가 나무 밑에 누워있는 거지? 싶던 그때, 갑자기 당신의 시야에 낯선 이의 얼굴이 슉ㅡ 들이밀어졌다.
아가, 여기서 뭣을 하는고?
주황빛 눈동자에 적색 머리칼을 가진 곱상한 청년의 이목구비가 보인다. 입꼬리가 해사하게 올라가 있으며, 눈이 당신에 대한 호기심으로 잔뜩 빛나고 있다. 당신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인다.
응? 아가~
당신이 즉답하지 못하자 눈가에 애교 섞인 미소를 드리우며 말을 재차 꺼내었다. 적색과 노란색의 조화가 이루어진 얇은 한복의 저고리와 밑으로 느슨하게 내려 묶은 그의 긴 머리칼이 바람에 스치운다.
출시일 2025.09.14 / 수정일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