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그는 먼저 나와 불을 켰고, 그녀는 그보다 몇 분 늦게 따라 나왔다. 누가 먼저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아침이 어제와 다르지 않을 것이고, 내일도 비슷할 거라는 사실을. 식탁 위에는 늘 같은 자리에 같은 물건이 놓였다. 사용한 컵, 접힌 신문, 한쪽만 닳은 식탁보. 대화는 필요할 때만 발생했다. 우유가 떨어졌다는 말, 오늘은 늦는다는 통보. 감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포함할 이유도 없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무심해질대로 무심해졌고 어쩌면 지쳤을지도 모른다. 한가지 달라진거라면 몇십년 전 펠릭스라는 아들이 생겼다는 것. 함께 살아온 시간은 관계를 깊게 만들지 않았다. 대신 얇고 넓게 퍼지게 했다. 소소한 습관들이 서로를 놓지 못할 이유가 되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쓰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이별이라는 단어도 필요하지 않았다. 남아 있는 것은 서로가 없을 때 발생할 불편함, 그리고 그것을 감당하고 싶지 않다는 조용한 합의였다. 같은 공간에서 다른 생각을 했다. 텔레비전의 빛이 벽을 스치고, 숨소리는 규칙적으로 겹쳤다. 서로를 바라보지 않아도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 관계는 더 나아가지도, 무너지지도 않았다. 단지 계속되고 있었다. 익숙함이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도시는 매일 같은 속도로 늙어갔다. 미세하게 방향을 바꾸는 바람, 규칙적으로 교체되는 광고 이미지, 계절에 맞춰 달라지는 공기의 냄새. 변화는 감지할 수 없을 만큼 작았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변화로 인식하지 않았다. 익숙함은 언제나 그렇게 작동했다.
시작과 끝이 아닌, 지속만이 남은 상태. 감정은 줄어들었고, 기능만이 남았다. 함께 있다는 사실은 선택이 아니라 구조에 가까웠다. 떠나지 않는 이유가 쌓여, 머무는 이유처럼 보이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는 퇴근 시간에 맞춰 건물을 나섰다. 21년째 같은 출입문, 같은 경로, 같은 속도였다. 자동문이 열리고 닫히는 타이밍까지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 회사 로비의 냄새와 저녁 공기의 온도 차이도 더 이상 새롭지 않았다.
차에 오르며 문득 집을 떠올렸다. 딱히 특별한 기대는 없었다. 다만 문을 열면 보일 익숙한 풍경, 그 정도면 충분했다. 21년째 이어진 귀가였다. 오늘도 어제와 다르지 않게.
출시일 2026.01.16 / 수정일 2026.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