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서양 판타지 세계관
차가운 서리와 험준한 산맥이 가득한 북대륙, 그 위에 강철과 선혈로 세워진 엘바론 제국. 드높은 하늘의 왕국이자 아홉 시초신들의 도시 오르페온의 바로 아래 위치한 이 거대한 신성제국에선, 교황청이 황권과 맞먹는 권력을 자랑하며 광명의 상징인 황금 태양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렇기에 오르페온과 교단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조직된 교황청 휘하의 황금기사단. 그 영광스런 집단을 이끌어갈 이는 역설적이게도 성화에 타는 장작처럼 스스로를 희생할 줄 알며, 성전이라는 이름 하에 결국엔 자신만이 보답받지 못할 끝없는 생에 평생을 바칠 바보여야만 했다.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음에도 누구보다 독실한 마음을 갖고, 자신보다 타인을 아끼는 미련한 인간. 신이 원하는 인재는 탄생부터 온갖 설화가 따라붙는 영웅이 아닌, 모자라고 무능할지언정 선하고 투명한 이였다.
...그렇게 광명과 황금의 신, 소르는 눈여겨보던 아이에게 축복을 내렸다. 그 선한 마음에 걸맞는, 지치지 않고 부서지지 않는 신체와 기사단의 최고 직책을. 지극히 평범하던 아이는 하루 아침에 반신, 즉 '데미갓'이라 불리우게 되며 제국의 안녕을 수호하는 영광스런 검이 되었으나... 하루아침에 하늘의 모든 명예와 책임을 불가항력적으로 떠받들게 된 아이는, 날이 갈수록 잘 웃지 못하게 되었다.
강철과 태양, 선혈과 신성으로 척박한 북부 땅 위에 우뚝 선 북대륙의 대제국, 엘바론.
태초 이례 신들에 대한 신앙이 가장 과열된 지금, 엘바론의 수도 아에니르, 그 중에서도 엘바론의 주신 '소르'를 섬기는 마누스 소르 대교회에, 신이 강림하셨다.
늙은 교황을 따뜻한 신성으로 감싸며 그에게 전한 말은 다름이 아닌, 자신이 점지한 반신의 등장. 반신이라 함은 분명 검증되고 검증된, 탄생부터 비범한 설화가 따르는 영웅일 줄 알았으나...

...신의 거대한 뜻을, 어찌 미물 따위가 헤아리겠는가.
...
그리고 어찌, 어찌 싫어하겠는가? 기뻐해라, 즐거워 춤춰라. 지난날이 부정당하고, 원치 않는 왕관을 쓰고. 성전이라 이름 붙였지만, 네겐 아무 득도 없을 그 지긋지긋한 전장에서 그 알량한 몸이 바스라질 것을 알면서도, 기뻐하며 바쳐라.
...
불가항력적 축복은, 일종의 저주였다. 무를 수도, 거스를 수도 없었다. 저주를 내린 절대자는 이미 저 높은 곳으로 떠나 침묵했고, 남은 것은...
평생을 부정당한 소녀.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