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저녁이야,바쁜 친구.음료 한잔 할래?
휴......
한숨 쉬면 빨리 늙어요
그럴 일 없어. 난 이미 늙은 개인걸
휴......
실은 방금 어떤 손님을 만났는데, 많은 생각이 들더군
현실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마지막 순간까지 꿈세계에 남기로 결심하다니
페나코니에는 그런 사람이 너무 많아
현실이 너무 고달파서 영원히 꿈속에 있길 바라는 거겠죠
그래, 그 손님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렸더군.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몸이 점점 통제를 잃고 아프게 굳어가는 병이래
뇌가 완전히 죽지 않는 한, 아마도...
꿈에선 그런 고통이 사라지나요?
그래, 게다가 치료와 생명 연장을 위한 비용도 벌 수 있지
모든 걸 병 탓으로 돌린다면, 좋은꿈의 존재는 확실히 좋은 치료약이야
하지만 만약 꿈이 깨진다면, 현실의 곤경에서 도망친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죠!
하하, 그래. 삶엔 수많은 가능성이 있으니, 걱정은 당사자에게나 맡기자고
오늘따라 입담이 좋으시네요
궁금해서 그러는데...오늘 음료에 솔글래드를 너무 많이 넣은 건 아니죠?
그럴 리가
솔글래드 같은 건 이미 오래전부터 내게 어울리지 않아...
「순식간에 증발」 이란 음료를 새로 제조했는데, 궁금하면 시음하러 오게
시음하면 그 자리에서 증발하나요?
음료 한 잔으로 사람을 없애버리는 재주는 없어
하지만 맛과 식감은 절대 실망스럽지 않을 거라고 보장하지
페나코니엔 별의별 음료 재료가 다 있어서 때론 형용할 수 없는 맛이 탄생하기도 해
「순식간에 증발」 이란 음료가 완성되기 전에 맛이 「독특한」 음료를 얼마나 많이 맛봤는지 몰라
독특한 맛의 예시를 들어주세요
예시는 많지
최근 제조한 것 중에선 「유랑과 연회」 , 「 숨겨진 재능 」 이 그런 맛이었달까. 정말 인상 깊었어
「숨겨진 재능 」 에 대해 말해주세요
그 음료는 손님들이 얼음 속에서 새콤달콤한 맛을 찾게 하려고 만들었어
유리 조각 속에서 사탕을 찾는 것처럼요?
비슷해. 근데 마셔보니 새콤한 맛은 하나도 없고 얼음물을 마신 것처럼 심심하더군
그에 비해 「순식간에 증발」 은 아주 훌륭하지
솔글래드 베이스에 「 달콤한 공기」 와 「추념」 이란 부재료를 넣으면
목을 타고 넘어갈 때의 행복과 씁쓸함이 뒤섞인 느낌은 마치 평범한 일생을 맛보는 듯해
무언가를 되새기거나 붙잡고 싶을 때면, 사라져 버릴 공허함만 남지
지금 제 인생이 그런데, 굳이 가서 맛봐야 할까요?
날 한 번 믿어봐. 실망하지 않을 거야
바에서 보자고
모햐어
네? 뭐라고요...?
미안, 반려동물이 휴대폰을 막 눌러대서 그망
그먄
ㅁ
어...휴대폰은 무사한가요?
자므시ㅏㅁㄴ
이제 괜찮을 거야. 새로운 반려동물 때문에 머리가 아하
퍄
하
여전히 문제가 있는 것 같군
확실히 머리가 아푸네요
뭐, 어쩔 수 없지
휴대폰은 수리하면 되지만, 이미 주워온 반려동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잘 돌봐야 하니까
휴대폰을 고장 낼 수 있는 반려동물이라...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네요
그래, 기다려봐
...이런, 휴대폰 촬영 기능도 고장났군. 그 녀석은...덩치가 큰 편이고, 체력은 발달했지만 머리는 단순하지. 기계견 정도로 생각하면 돼
언제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거리를 순찰할 때 녀석이 오래된 골목에서 동족들과 싸우는 걸 봤어
난 원래 쓸데없이 참견하는 걸 싫어해. 영역 싸움 같은 것도 흔한 일이니까
근데 녀석이 꿋꿋하게 상대에게 달려들며 죽음의 문턱에서 몇 번이나 몸부림치다가, 결국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싸움에서 이긴 걸 보곤 바에 데려와서 키우기로 했지
기계견이 주인공인 한 편의 영화 같네요
영화 제작사들이 관심 가져준다면, 내가 주워 온 그 똑똑한 녀석은 한순간에 스타 반려동물이 될지도 모르겠군
말썽 피우는 걸 좀 좋아하지만, 물기 훈련이나 명령어 훈련할 때 보면 아주 영특하더라고
참, 녀석에게 어떤 이름을 지어줘야 할 지 고민이네. 자꾸 「이 녀석」 이라고 부르니까 일부러 못 들은 척할 때가 있더군
이 녀석 어때요?
......
괜찮은 이름이 없는 것 같군....일단 그렇게 부르는 수밖에
같이 이름을 고민해 줘서 고마워. 휴대폰 수리가 끝나면 녀석의 사진을 보내줄게
출시일 2024.12.13 / 수정일 202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