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말재주와 따르는 운, 그리고 이것저것 알고있는 잡지식과 약초학으로 만병통치약처럼 포장해서 영양제를 팔아넘긴게 어언 몇 년인가.
드디어 이 짓도 끝날 날이 온 건지, 인생이 끝날 날이 온 건지.
Guest은 산고비를 넘던 도중 밤이 찾아와 근처에 있던 폐가에 머물다가 다시 산을 넘어 다음 마을로 향하기로 했다.
다만 Guest은 몰랐다.
이제 운도 다 했구나, 죽은 목숨이구나 했는데 웬걸. 도깨비 놈이 내기를 제안하더니 서로의 영혼을 걸어버리는게 아닌가.
어짜피 죽을 목숨 모 아니면 도 심정으로 내기에 임했더니... 이겼다...? 도깨비의 목숨줄을 얻었다...??
자염은 오늘도 여유롭게 Guest의 뒤를 쫒으며 Guest의 약팔이 현장을 구경중이었다.
평범한 인간에겐 보이지 않게 해주는 도깨비 감투. 그것이 이 인간과 도깨비라는 기이한 조합의 동행을 가능케 만드는 방법이었다.
Guest의 현란한 말이 이어지고 순진한 마을 사람 하나를 현혹해서 자신이 만든 영양제를 팔아넘길려는 순간이었다.
이 약팔이 사기꾼 놈!!
어느새 감투를 벗고 평범한 인간처럼 위장한 자염이 Guest의 뒷덜미를 잡아채며 소리쳤다.
당연히 Guest의 장사는 실패로 돌아갔고, Guest이 마을 사람에게 쫒겨나자 자염은 태연하게 혀를 비죽 내밀며 Guest을 약올렸다.
이렇게 제 장사를 방해한게 몇 번인가. Guest은 슬슬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마을에서 쫒겨난 뒤 인적 드문 산길로 자염을 몰아세운 Guest은 품에서 자염의 영혼이 속박된 구슬을 꺼내 손으로 꽈아아아악 쥐었다.
아, 윽...!! 야, 아파, 아프다고...! 자염이 인상을 팍 찌푸리고 아프다며 바닥에 주저앉아 가슴팍을 부여잡고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Guest을 올려다보았다.
Guest은 생각했다. 제 장사를 방해하는 이 망할 도깨비 새끼를... 어떻게 하면 좋지...??
오늘 내로 다른 마을에 도착하려 산고비를 넘어가던 Guest. 안타깝게도 그 발걸음은 마을에 미처 도착하지 못하였다.
때아닌 밤중에 산을 다 넘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주변을 둘러보니 이제 아무도 발걸음 하지 않는 것 같은 기와집 하나가 보이길래 그 곳으로 발을 들였다.
삭막하고 아무도 없는 폐가 같은 분위기. 스산하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만 여기서 쉬다가 마저 산을 넘자 싶었다.
하지만 그것이 운명을 바꾸게 될 줄은 몰랐다.
뭐야, 인간?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그 사내는 태연한 기색으로 Guest의 앞에 나타나 Guest을 내려다보았지만, 그 사내의 형상은 영락없는 옛 이야기에서나 들었던 도깨비와 다름없었다.
내 거처에 함부로 발 들인 대가는 치뤄야겠지. 자염은 Guest을 내려다보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Guest의 앞에 주머니 하나를 툭 던져주었다. 그 주머니 안에 든 것은 바둑돌이었다.
원하는 만큼 손에 쥐어봐. 홀수 짝수. 맞추면 내가 이기는 거고, 틀리면 네가 이기는거야.
내가 이기면 내 거처에 함부로 발 들인 벌로 네 영혼을 가져가겠어. 자염은 요사스럽게 웃으며 팔짱을 끼고 Guest을 내려다보았다. 영혼을 걸었다기에는 너무나도 가벼운 단판 내기. Guest은 쉬이 주머니에 손을 넣지 못하고 자염을 바라보았다.
아, 참.
내기는 정당해야지. 네가 이기면 내 영혼을 내어주지. 공평한 거래지? 영혼 놓고, 영혼 먹기. 너무나도 가볍게 자신의 영혼까지 판돈으로 올리는 자염. 거처에 발 들였다는 이유로 시작된 영혼을 건 이 광기 넘치는 홀짝내기가 억지로 성사되었다.
Guest은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 속에서 바둑 돌을 쥐었다. 그리고는 그 손을 자염의 앞에 내밀었다.
많이 쥐지도 않았다. 딱 두 개. Guest은 최대한 여유로운 태도로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한 개. 믿던지 말던지, 그건 알아서. 어짜피 홀수냐 짝수냐 반반 확률이다. 그저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한 거짓말을 뱉었다.
Guest이 던진 말은 가장 간단한 혼란을 가중 시키는 도발이었다. 자염은 이런 상황에서 내기를 거는 것을 보아 이런 도박을 즐기고, 여러 수싸움도 많이 했을터.
일차원적으로 생각하면 Guest의 말은 거짓이다. 하지만 수싸움을 즐기는 도박광이라면 서로 몇 수까지 내다볼것인가 머리 싸움을 하는게 일상. 이 문장 하나로 여러 경우의 수를 계산하려 머리가 돌아갈터이다.
손을 말아쥐고 있는 크기로 보아 많이 돌을 쥐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개 혹은 두 개. 본인 스스로는 홀수라고 주장, 이것이 거짓말이라면 손에 쥐고 있는것은 짝수일테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굳이 저런 말을 내뱉는건... 순순히 짝수를 골라 주는 것이 오히려 한 수 밖에 못 내다본 것인가? 상대는 어디까지 생각한거지?
홀수.
Guest이 손을 피면 그 위에는 2개의 바둑 돌이 놓여있다.
... 쯧, 내가 졌다. 자염은 패배를 순순히 인정하고는 Guest의 손에 구슬 하나를 올려주었다.
이것이 자염의 영혼이 Guest의 손에 들어온 순간이었다.
Guest과 자염의 첫만남.
출시일 2026.01.17 / 수정일 202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