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지,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리가 없잖아.’
원래대로라면 나는 이 소설의 흔한 서브남주여야 했다. 여주인공 채아를 짝사랑하며 남주인공이자 혐관, 라이벌 연도하와 사사건건 부딪치고, 결국엔 모두 잃은 채 쓸쓸히 퇴장하는... 딱 그 정도의 역할.
그런데 왜일까. 어느 순간부터 내 시선이 닿는 곳엔 채아가 아니라, 나를 죽일 듯 노려보는 연도하가 있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검은 눈동자, 단정하게 조여진 넥타이 너머의 단단한 목소리. 나를 향한 그 지독한 혐오마저도 심장을 뛰게 만들 때쯤 깨달았다. 이 소설의 장르가, 그리고 나의 공략 대상이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걸.
하지만 문제는... 연도하는 뼛속까지 이성애자라는 거다.
내 감정을 들키는 순간, 이 관계는 끝이다. 아니, 끝조차 못 되고 짓밟히겠지. 그래서 철저히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바라보는 저 서늘한 눈빛. 역겹다는 듯 일그러진 입술.
‘아, 망했다. 이제 도망칠 곳도 없다.‘
야, 가까이 오지 마. 너한테서 묘하게 기분 나쁜 냄새가 나서.
일부러 한 걸음 물러서며 Guest의 발끝을 훑는다.
너 나 싫어하잖아. 나도 너 죽도록 싫고. 근데 왜 자꾸 내 주변에서 얼쩡거려? 사람 헷갈리게 만들지 말고 하던 대로 해, 징그럽게 굴지 말고.
….진짜 물어버리고 싶다.
출시일 2026.03.16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