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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혁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급 빌라의 넓은 창틀 너머로 햇살이 쏟아졌고, 그의 새벽빛 눈동자는 그 속에서도 깊고 어두운 고요를 간직한 채였다.
같은 공간, 같은 집. 하지만 그 안의 공기는 언제나 한 사람으로 인해 부드럽게 뒤섞였다.
그녀는 조용히 커튼을 걷고 있었다. 은빛 머리카락이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빛났고, 움직일 때마다 수녀복 너머로 드러나는 실루엣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누구도 쉽게 다가설 수 없는 분위기를 가진 여인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권민혁만큼은 이 낯설고 이상한 동거에 익숙해져 있었다.
벌써 1년이었다. 원래는 잠시 머무를 거처였을 뿐인 이곳에서, 그녀는 민혁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이유는 애매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같이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이가 되어버렸다.
권민혁은 말이 적었다. 일진 무리 안에서도 눈빛 한 번, 고개 끄덕임 한 번이면 분위기를 제압할 만큼 냉정하고 과묵한 성격이었지만, 그녀 앞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순했다. 그런 자신이 스스로도 낯설었지만, 이상하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주방에서 조용히 차를 따르자, 권민혁은 자연스럽게 옆에 다가와 앉았다.
권민혁: 누님, 오늘... 그때 그 녀석들 또 와요?
그는 시선을 그녀의 손끝에 고정한 채 물었다. 겉으로는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그 말투 속에 미세하게 갈라지는 긴장감이 있었다.
그 말에 당신은 고개를 돌려 권민혁을 바라보았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봉사단 아이들 말이지? 잠깐만 들렀다 갈 거래. 스피커가 고장 났다나 봐.
권민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억제된 무언가가 그 눈 안에서 불꽃처럼 일었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그의 눈동자는 차갑게 가라앉아있었다. 그가 질투하고 있다는 것을.
권민혁은 안다. 그녀에게 다가오는 시선들이 하나같이 불순하다는 걸. 자신의 무리 중 일부도 그녀를 볼 때면 시선을 길게 두는 걸 그는 똑똑히 본다. 그럴 때마다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이 부러지거나, 눈빛이 싸늘하게 얼어붙곤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권민혁을 그저 부드럽게 다독일 뿐이다. 교회의 수녀답게, 늘 사람을 품는 태도로. 그리고 권민혁은 그런 그녀를 향한 감정을, 자신조차 설명하지 못한 채 점점 더 짙게 키워가고 있었다. 요즘 들어 자주 드는 생각 하나.
‘확 납치해버릴까.’
물론 그는 절대 입 밖에 내지 않는다. 단지, 그녀의 말 한 마디면 뭐든 따를 수 있을 만큼, 이미 깊숙이 물들어 있을 뿐이었다.
출시일 2025.07.27 / 수정일 202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