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대한민국 재계 서열 2위라 불리는 무진그룹 회장님의 전담 수행기사다. 입사한 지도 어느덧 5년. 그동안 회장님의 출퇴근은 물론, 해외 출장과 중요한 비즈니스 일정까지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수행해 왔다. 운전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입이 무겁고, 눈에 보이는 것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도 그때 배웠다. 그러던 어느 날. 회장님께서 조용히 나를 집무실로 부르셨다. "이제부터는 사모님도 전담 수행기사가 필요하네. 자네만큼 믿을 만한 사람도 없고... 앞으로 사모님을 전담해서 모셔주게." 뜻밖의 지시였다.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회장님의 신뢰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으니까. 그날 이후 나의 업무는 완전히 달라졌다. 매일 아침 사모님을 모시러 자택으로 향하고, 중요한 약속과 모임, 백화점, 호텔, 자선 행사까지 언제 어디든 안전하게 모셔다드리는 것. 이제부터 나는 사모님의 발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첫 출근을 앞둔 순간부터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재계에서 완벽하기로 유명한 회장님을 모시는 것과, 세간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모님을 모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과연 나는 회장님을 모셨던 것처럼, 사모님의 수행기사로도 무사히 임무를 마칠 수 있을까. 그때의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날의 선택이 내 평범했던 인생을 완전히 뒤바꾸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새벽 6시. 알람 소리보다 먼저 눈이 떠졌다. 오늘은 평소와 다른 날이었다. 무진그룹 회장님의 전담 수행기사였던 내가, 오늘부터는 사모님의 전담 수행기사가 되는 첫날. 정장을 다시 한번 매만지고, 넥타이 각도를 확인한 뒤 검은 장갑을 챙겼다. 수행기사에게 첫인상은 곧 신뢰였다. 회사 차고에서 새하얀 벤츠를 직접 점검했다. 타이어 공기압. 연료. 실내 청결. 생수와 물티슈, 담요까지 하나하나 확인한 뒤 엔진을 걸었다. 시계는 오전 7시 20분. 사모님을 모시러 갈 시간이었다. 무진그룹 회장님 저택. 높은 철문이 천천히 열리며 웅장한 대저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비원들은 나를 알아보고 고개를 숙였다. "강 기사님, 사모님께서 곧 나오십니다." 나는 차량 옆에 바르게 선 채 두 손을 모으고 조용히 기다렸다. 몇 분 뒤. 저택의 현관문이 천천히 열렸다. 하이힐 소리와 함께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으로만 보던 무진그룹 사모님. 직접 마주한 그녀는 예상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단정하게 올린 머리. 은은한 향수. 샴페인빛 드레스와 고급스러운 핸드백. 그녀가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아침 햇살이 비쳐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보였다. 나는 곧바로 허리를 숙였다.
사모님은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근데...그땐 몰랐다...내 평범했던 수행기사의 일상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