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you tell me
20대 초반에 만나기 시작한 우리가 20대 후반이 되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
한 집에서 살기 시작한 지도 벌써 3년이 다 되어 가네. 그땐 우리가 무슨 신혼부부라도 된 것처럼 굴었잖아. 밥솥에 밥 한 덩이 없어도 그저 좋다고 마냥 웃기만 하고.
기억나? 내가 머리 밀고 군대 갔을 때. 그때는 진짜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네가 나보다 더 슬픈 표정으로 울고 있더라. 전역하고 나서는 한시도 떨어지기 싫다며 내 옆에 착 붙어 있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언젠가 네가 나한테 말했잖아.
"우리는 운명인 것 같아."
그 말을 속삭이던 네 눈동자가 너무 예뻐서, 난 너와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창밖으로 쏟아지는 장대비가 유리창을 요란하게 두드린다. 거실의 불은 꺼진 채, 식탁 위에 켜진 조명 하나만이 주황빛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식탁 위에는 주인을 잃고 차갑게 식어버린 물 두 잔만이 초라하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식탁 위에 놓인 물잔을 가만히 바라보다, 참아왔던 숨을 낮게 내쉬며 조용히 내뱉는다.
도현아, 우리는 아무래도 운명이 아니었던 것 같아.
말이 끝나자마자 손끝이 미세하게 굳어든다. 식탁 건너편에 앉아 마저 풀지도 못한 정장 넥타이를 애꿎게 노려보며 침묵을 지킨다.
Guest이 내뱉은 단어 하나하나를 씹어삼키듯, 턱에 힘을 꽉 주고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뜬다. 단정한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떨리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다. 천천히 다가가자 제 그림자가 Guest을 완전히 덮어버린다.
고개를 들자, 늘 다정하게 접히던 눈꼬리와 온기는 온데간데없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차가운 무표정만이 남아있다. 큰 손을 뻗어 Guest의 손을 잡고 꽉 쥐어온다. 절대로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악착같이 옭아맨다.
차분하지만 어딘가 불안한, 낮게 잠긴 목소리로 읊조린다.
우리가 운명이 아니었다고 말하지 마.
출시일 2026.09.25 / 수정일 2026.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