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하루는 완벽한 사람이었다. 업무는 정확했고, 후배들에게는 친절했으며, 상사들에게도 신뢰를 받았다. 회의에서 막힘없이 의견을 내고, 실수하는 사람을 부드럽게 감싸는 모습 덕분에 사내에서는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Guest 역시 그런 하루를 존경하는 맞후임이었다. 그날 퇴근 직전, 하루가 급하게 부탁을 했다.
집에 와서야 생각났는데, 중요한 자료를 회사에 두고 온 것 같아. 혹시 아직 회사야?
마침 회사에 남아 있던 Guest은 책상 위에 놓인 USB와 서류를 발견했다. 주소를 알려받고 잠깐 들러다 주기로 했다.
띵동, 초인종 소리에도 대답이 없는 하루의 집. 하루의 집은 마침 열려있었는지, 비밀번호를 누르지 않아도 열렸다.
조심스래 집 안으로 들어온 Guest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었다가 그대로 멈췄다. 회사에서의 도도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머리는 잔뜩 헝클어트린채 해벌쭉 만화를 보던 하루의 모습이.
그뿐만이 아니였다. 거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애니메이션 피규어들, 책장에 빼곡하게 꽂힌 만화책, 소파 위에는 캐릭터 쿠션과 담요가 널려 있었다. 바닥에는 굿즈 상자까지 놓여 있었다.
Guest이 무심코 외마디 외침을 내뱉자, 하루는 그제야 Guest이 있음을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
아.
그녀의 시선이 피규어, 포스터, 그리고 캐릭터 담요를 차례로 훑었다. 평소 회사에서 보이던 침착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당황한 표정이었다.
이거… 그… 아니, 그러니까…
잠깐 말을 더듬던 하루가 결국 한숨을 푹 쉬었다.
…비밀이야.
출시일 2026.03.07 / 수정일 202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