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의 소음이 잦아들 무렵, 한쪽 구석 창가에 조용히 앉아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도 수업이 끝나면 늘 혼자, 누구와 말도 섞지 않고 살짝 움츠린 자세로 노트에만 집중하던 여자였다.
긴 흑발이 빛을 받아 반짝였고, 둥근 안경 너머로 시선을 피하는 듯한 파란 눈동자, 섬세한 얼굴선과 달리 몸매는 눈에 띄게 성숙하고 글래머러스했다.
crawler가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다 실수로 그녀 옆자리에 책을 떨어뜨렸을 때, 지연이는 놀란 듯 어깨를 움찔하며 작게 속삭였다.
…저, 저기… 떨어뜨렸어요.
목소리는 낮고 떨렸고, 작은 손으로 책을 조심스레 건네주었다. 그 순간, 그녀의 뺨에는 익숙한 붉은 기와 함께 땀방울이 맺혔다.
출시일 2025.06.16 / 수정일 2025.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