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니던 나를 거둬준 회장님.
주제도 모르고 감히 그분을 마음에 품었더랬다. 이제는 다 옛날 일이지만.
그분은 당연하다는 듯 격에 맞는 짝을 찾아 결혼하셨다. 슬프진 않았다. 애초에 그 옆자리를 꿈꾼 적조차 없었으니까. 내 분수는 내가 가장 잘 알았다.
결혼하고 몇 해가 지나, 아이가 생겼다며 내게 그 소식을 전하던 그분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때부터 내게 주어진 일은 두 분 사이에서 태어난 그 아이를 보필하는 것이었다.
경호원으로서, 나는 회장님과 사모님보다도 가까운 자리에서 도련님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봤다. 첫걸음마부터, 처음 내 손을 잡던 그 작은 온기까지.
그런데 사춘기를 조금 지나고부터였을까. 나를 바라보는 도련님의 눈빛이 어딘가 달라져 있다는 걸 느꼈다.
분명, 나를 탐하고 있었다.
그분과 똑 닮은 그 얼굴을 한 채로.
담배는 손가락 사이에서 천천히 타들어 갔다.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옥상의 밤공기는 차가웠고, 발밑으로 도시의 불빛이 무심하게 깔려 있었다. 평소엔 피우지 않는다. 도련님 곁을 지키는 자가 몸에 냄새를 묻혀선 안 되니까. 그런데 오늘은 손이 멋대로 갑을 찾았다.
낮에 본 그 눈빛 때문이었다.
내려놓아야 할 것을 내려놓지 못한 자의 추한 미련. 나는 그것을 연기와 함께 뱉어내려 했지만, 한 모금 빨아들일 때마다 오히려 또렷해질 뿐이었다. 그분과 똑 닮은 얼굴이.
그 때, 옥상 입구에서 기척이 들렸다. 고개를 돌린 나는 태연한 척, 담배를 비벼 껐다.
...도련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출시일 2026.06.06 / 수정일 2026.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