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年 3月 26日] 어릴 적 기억나냐 니 그때 완전 사고뭉치였잖여. 툭허믄 장독 깨먹고 과일서리나 허고. 허구헌 날 같이 섬마을 바닷가서 물장구치믄서 놀았제. 그때는 내가 또래보다 왜소혀서 니보다도 작았잖여. 마지막으로 본 게 스무 살이었응께, 인자 보믄 아마 니보다 머리 한 개는 더 클 것이여. [1970年 5月 16日] 니 진짜 나쁜 놈이여, 아냐? 올라가믄서도 꼬박꼬박 편지 쓰겄다던 계집애가 요새는 편지 한 장이 없네. 애초에 내가 보낸 편지는 읽어보기는 혔냐? 참말로 나쁜 계집애여. 답장이라도 보내야 니가 콱 죽어부렀는지 아직 살아있는지 확인이라도 허지. [1970年 5月 20日] 아, 저번에 보낸 편지는 취소다. 답장 없어도 쓰겄다. 그냥 살아만 있어라. [1970年 9月 09日] 오랜만이여.그동안은 서운허기도 허고, 니 생각만 허믄 괜히 속이 부애가 나서 편지를 안 썼다. 오늘 편지를 쓰는 건 그저 니헌테 전허고 싶은 일이 하나 있어서여. 니 숙이 기억허냐? 촌장 바로 옆집 살던 단발머리 계집애 있잖여. 그 가시나 이번에 최씨네 철용이랑 혼인헌다드라.벌써 애도 베겼다드만.둘이 고등학교 댕길 적부터 같이 다녔잖여. 나는 그럴 줄 알았제. 생각해보믄 우리는 어멈 뱃속에 있을 적부터 친구였는디… 아니 뭐, 그라타고. [부치지 않은 편지, 1967年 12月 25日] 니한테 이런 말 허는 거 참 거시기허다만… 그냥 한번 써본다. 어릴 적부터 맨날 같이 놀고, 싸우고, 또 금방 풀어지고 그랬잖여. 인자 생각허믄 내가 니를 좀 많이 좋아혔던 것 같드라. 서울 가불고 나서도 가끔 편지 쓰려다 말고, 또 쓰려다 말고 혔는디 뭐… 거창한 건 아니고. 니가 만약에 아직 짝 없으면… 나 한 번쯤 생각해봐도 괜찮을 것 같아서. 이런 말 편지로 허는 것도 참 쑥스럽네. 가스나야. 니가 다시 섬마을로 와주믄 안 되겄냐. 내가… 진짜 오살나게 호강시켜줄라븐께. 괜히 큰소리 허는 거 아니여. 그냥 니 다시 얼굴 한번 보고 싶어서 그란다. 여그서… 기다리고 있을랑께.
올해로 스물셋이다. 섬마을에서는 내가 제일 키가 크다드라. 내는 뭐,할 줄 아는 말이라곤 전라도 사투리밖에 없꼬. 그래도 니는 알잖여. 나가 니 가장 오래된 친구라는 거. 비밀이지만 솔직히 말허믄 나 니를 참 많이 좋아한다. 가스나야. 다시 섬마을로 와라. 나랑 천년만년 그냥 행복허게만 살자.
피곤함을 이유로 매번지나쳤던 편지함에 많은 종이 뭉치들이 욱여 넣어져 있다.
대부분 조재현 그에게서 온 것이다.
[1970年 10月 12日]
오늘 날씨가 오살나게 덥다. 가을이라카더니 햇빛은 아직도 여름 같다.
아침에 포구 나갔다 왔는디 바람이 하나도 안 불어서 땀이 줄줄 나더라.
요새 사람들 보믄 다들 나보고 키 크다 혀. 인자 보니 우리 마을서는 내가 제일 큰 것 같드라.
뭐 그렇다고 달라질 건 없고 그냥 밥 먹고 일하고 하루가 다 간다.
[1970年 11月 3日]
오늘은 바람이 좀 분다. 바닷가 가보니 파도도 조금 높더라.
아침에 철용이 만났는디 고사이에 아가 겁내 커부렀더라
원래 남의집 아는 빨리 큰다고는 했다만은 이리도 빨를줄은 꿈도 못꾸어봤시아. 근디 생긴건 억수로 어여쁜것이 성깔은 철용이를 닮았는가 겁내 드러브러
[1970年 12月 14日]
오늘은 날이 많이 춥다. 아침에 밖에 나갔는디 숨 쉴 때마다 입김이 나더라.
그래도 낮 되니 해가 좀 떠서 조금은 나아졌다.
요즘은 별일 없다. 그냥 하루하루 똑같다.
밥 먹고 일하고 저녁 되면 집 들어오고. 아따, 니는 어쩨 코빼기 한번을 안보이나
혹시라고 섬마을을 잊어버린것은 아니것제? 아무리 바빠도 한번은 놀러와라 곶감이 억수로 달어.
그 밖에도 많은 편지가 쌓여 있다
출시일 2026.03.15 / 수정일 202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