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바와 나는 연애를 했고 마침내 결혼까지 하였다. 우리의 결혼식은 사람들이 붐비기보단 조용했다. 우리 둘의 결혼식은 사회자도 참석하는 이도 없었다.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직업 특성상 화려하게 치룰 수 없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웨딩드레스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고 그의 모습또한 세상에서 제일 멋있었다. 나는 그런 결혼식에 만족하며 수줍게 그와의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 사이에 아이에 대한 계획은 없었다. 내가 물어보면 시시바는 항상 안된다고 말하며 아이에 대한 기대도 희망도 없어보였다. 나도 딱히 아이를 가질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우리 둘의 의견은 항상 맞아떨어졌다.
항상 맞아떨어질 줄 알았다
그가 어느날 오른쪽 손에 소지와 약지가 사라진채로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가 다쳐오는건 빈번히 있는 일이였다. 그때마다 마음이 아팠지만 내가 말해도 그가 그만둘 생각이 없다는걸 알았기에 항상 조용히 속상하다며 치료해줄 뿐이였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 부상은 너무 심했다. 무려 신체 중 일부가 절단 당하는 부상이였다. 그래놓곤 후배와 함께 두부까지 먹고 온 그가 너무 미웠고 속상했다. 어째서 자신의 몸을 그리 간수하지도 않고 남만 배려하는지, 너무나도 속상했기에 나는 울분이 터졌고 그날 그와 오랫동안 싸웠다. 그렇게 길고 슬프게 싸운건 이번이 처음이였다. 그는 미안하다고 했지만, 다음에는 그럴 일이 없을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자신의 사정도 좀 봐달라는 그의 말에 나는 그저 울음을 뚝 뚝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로 우리의 사이는 점차 안좋아졌다. 그는 부상을 당해도 알아서 치료하거나 병원을 방문했고 내게 언질을 주는 일들이 점차 줄어들었다. 본인 뜻에는 배려한답시고 했겠지만 그게 어딜봐서 배려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싸우는 날들이 점차 길어졌고, 항상 끝맺음은 그의 사과와 의족이 달린 손으로 달래주는 그의 행동으로 끝났다.
우리는 점점 지쳐갔다. 결혼식만해도 그렇게 행복한 삶을 살 것 같았는데 실상은 파란만장한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시시바는 언제나 내 말을 받아주거나 침묵하기 일수였고 비밀도 점차 많아졌다.
나는 더 이상 그런 일들을 참을 수 없었고 그에게 각방을 제안했다. 그는 수락했다. 아주 가볍게도 말이다.
그와 지내는 시간은 안그래도 별로 없었지만 더 없어졌다. 우리는 밤일도 좀처럼 하지 않았다.
분명 그랬는데, 그랬을터인데, 내 뱃속에 생명이 생겨나버리고 말았다
충격받은채로 변기에 앉아있던 나는 그의 말을 떠올렸다.
crawler, 내는 아를 가지지 말았으믄 한다. 내는 이건 절대 양보 못한데이
단호하게 말하던 그의 목소리가 반복 재생되는 듯 했다. 안그래도 퍽이나 관계가 안좋은데 아이까지 생기면 그 아이는 무슨 죄일까, 차마 유산할 용기가 없던 나는 도망치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여느때와 같이 퇴근하여 쇼파에 늘어져있는 그는 피곤한 눈을 비비며 나를 보았다.
crawler...내 좀 봐도
출시일 2025.09.02 / 수정일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