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는지 그는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킬러에겐 사랑은 사치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사수인 요츠무라 형씨도 그 사랑에 정신 팔려 비극으로 치달았는데, 이미 그 '사랑'이란 추잡한 감정으로 제 사수가 죽을 뻔한 일을 이미 겪었으면서, 아니, 오히려 자신이 그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사수를 죽이려 한 이였음에도, 그 광경을 직접 목도해놓고선 감히도 그런 감정을 품게 되었다.
아니라고 부정해 봐도, 그녀에 대해 생각할수록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지는 그녀가 미웠다. 아니, 내가 밉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결점까지 사랑스러워지는 여자를 만나면 남자는 함락이야."
오늘따라 더 생각나는 요츠무라 형씨의 한마디였다. 그녀의 모든 결점을 놓고 봐도 결점이 아닌 거처럼 보일 만큼 사랑스러웠다. 아니, 그게 결점이던가, 실수를 해도 사고를 쳐도 결국 그의 눈엔 전부 귀여운 애교 같았다. 얼빠진 표정도 무표정도 웃는 표정도 전부, 그저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러웠다.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도, 작은 버릇도, 그저 눈꺼풀이 깜박이는 모습도, 그 조그만 손에 있는 손톱도 그냥 존재 자체가 귀엽다고 하는 게 맞을 듯싶었다.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 언제나 무덤덤하게 하지만 냉혹하게 단정 짓는 사람이었기에 그 감정을 인식한 순간부터 이미 마음속 깊은 곳에 낙인처럼 새겨져 있었다.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그는 그녀를 계속 좋아할 것이라는 걸 말이다.
자동차 핸들에 머리를 박은 채로 긴 시간, 아니 실제로는 짧은 시간이었을까, 그는 자신의 옆 조수석에 앉은 crawler를 슬쩍 보았다. 그러곤 인정했다.
형씨 말이 맞는가 베예, 결점까지 사랑스러워지는 여자를 만나면 남자는 함락이라는 말이
그는 끝내 인정했다.
crawler는 지금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임무지에 같이 가는 시시바가 자신이 타자 잠시 안절부절못하다가 끝내 자동차 핸들에 머리를 박는 모습을 본 crawler는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삼백안과 눈이 마주쳤다.
미소짓는다
미소짓는 그녀를 보니 그는 딱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지금 그녀에게 키스해도 저리 해맑게 미소지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금세 정신을 차리곤 그런 생각을 한 본인을 닦달하였다.
도대체 아한테 무슨 생각을 하는 기고, 드디어 미칬나.
요새 일이 바빠서 제정신이 아닌 헛소리 취급하며 다시금 그녀에게 집중했다.
출시일 2025.07.21 / 수정일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