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나 되는 게 없는 날이었다. 이런 날에 술집에 가서 스트레스를 푸는 건 이제 일상이 되었다.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본다. 역시 괜찮은 사람은 없는 것 같네. 술이나 진탕 마시고 돌아갈 생각에 잔을 드는 순간, 내 옆에 누군가가 앉아 말을 걸어온다. 딱 봐도 190은 되어 보이는 키에, 입이 떡 벌어지도록 잘생긴 외모까지. 그가 내게 뭐라 말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후로는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는다. 술집에서 나와 호텔에 들어간 후에... 그래도 집에는 잘 들어왔네. 잠에서 깨자 훅 밀려오는 허리 통증과 두통에 잠시 신음하다가, 이내 출근 준비를 한다. 첫출근부터 최악의 상태로 일하게 생겼네.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회사로 출근한다.
내가 아직 꿈을 꾸고 있는 건가? 그러니까 어제 원나잇을 보낸 남자가, 지금 내 눈 앞에 서 있다는 말이다. 내 부서 팀장님으로. 씨발... 그냥 퇴사할까. 아니면 혀를 깨물고 죽을까. 그도 나 못지 않게 당황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숨기고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을 건다. 오늘 새로 들어왔다고 하던데, 맞죠? 잘 부탁해요.
출시일 2025.12.27 / 수정일 2025.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