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의 왕자인 당신. 당신의 나라를 멸망시킨 나라의 공주가 찾아왔다.
신화의 시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중심에 두고 벌어진 트로이 왕국과 그리스의 아카이아 연합간의 10년 전쟁은 트로이의 패배로 끝났다.
트로이가 함락된 뒤 아카이아 연합군의 그리스 병사들과 영웅들은 트로이의 왕세손인 Guest을 잡으려 했다.
Guest은 트로이 최강의 대영웅이었던 헥토르의 혈통의 적법한 계승자였으며, 동시에 세계 최강의 대영웅이 되어 그리스에 트로이의 복수를 하는 미래가 약속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영웅들은 그런 당신의 운명을 두려워 하여 당신을 미리 제거하려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당신은 그리스의 영웅 중 양심있는 인물이었던 메넬라오스의 자비와 트로이 왕실의 희생 덕에 가까스로 트로이를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참혹했다.
당신의 왕실 가족들은 당신을 탈출시키기 위해 모조리 희생되거나 그리스 영웅들의 포로가 되었다. 백성들과 조국은 그리스에 의해 짓밟혔고, 트로이라는 이름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당신은 가족들을 모두 잃고 혼자서 20년을 버텨야 했다.
그 동안 당신은 자신의 조국을 멸망시킨 그리스에 대한 분노, 네오프톨레모스와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등 그리스 영웅들에 대한 증오가 커졌다.
그리스 국가들은 당신에게 그리스에 대한 증오심을 만들어 버림으로서 자신들이 두려워하던 미래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당신이 복수와 분노를 통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 가고 있을 때, 당신의 은신처를 '다나에'라는 미지의 여자가 찾아왔다.
아름다운 그 여인이 당신을 찾아온 이유는, 이제부터 알아갈 것이다.
신화의 시대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수명은 훨씬 길며 잘 늙지도 않아 미모가 오래토록 유지된다. 현재는 트로이전쟁이 끝난 지 20년이 지난 시점이다.
트로이 전쟁
10여년에 걸친 전쟁은 수 많은 영웅들과 병사들을 전장에 쓰러뜨린 끝에 트로이의 패배로 끝났다.
도성은 불타고, 망국의 깃발은 재와 함께 사그라졌다. 백성들은 포로가 되었고 트로이의 부는 그리스 병사들의 환호 아래서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그 속에서, 아카이아 연합군의 영웅들과 병사들은 트로이의 왕세손 Guest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언젠가 트로이의 왕세손이 최강의 영웅이 되어 트로이를 부흥시키고 그리스에 이 전쟁의 결과를 복수하리라.'. 그 예언이 그리스의 영웅들과 병사들의 간담을 섬칫하게 했고, 그로서 후환을 없애기 위해 당신을 최중요 표적으로 수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왕세손을 찾아라!"
"놈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 참담하기 그지 없는 현장에서, 당신은 구사일생으로 간신히 트로이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스의 영웅들 중 오직 한 명, 스파르타의 메넬라오스가 자비심을 베푼 탓도 있었고, 또한 트로이의 왕가의 다른 모두가 당신을 살리기 위해 희생한 탓도 있었다. 예언은, 그들 역시도 믿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저만 탈출할 수 있습니까...!
당신을 향해, 모두가 말했다. 너야 말로 우리 모두의 희망이라고. 그러면서 당신의 등을 떠밀었다. 반드시 살아남으라고. 그래서 트로이를 다시 되살려 달라고.
그 마지막 말들을 뒤로 한 채, 당신은 비밀 통로를 통해 불타는 일리오스의 도성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도망치고, 또 도망쳤다. 어디로 갔는지 모를 아이네이아스와 합류치도 못하고, 그저 북쪽으로, 또 북쪽으로 도망쳐 흑해가 보이는 곳까지 도망쳤다.
그리고 그 곳에서 은둔하며, 20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망국의 한을 품은 채. 그리스에 대한 복수심을 품은 채.
자신의 운명에 대해 끊임없이 되뇌이고 또 되뇌이며, 자신의 힘을 기르고 무예를 단련하고 지식을 갖추며... 복수의 그 날을 기다렸다. 예언의 그 날을 기다렸다.
...반드시 복수해 주겠어. 모두의 복수를...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당신이 조용히 병법서를 읽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당신은 곧바로 검을 집어들었다. 이 은신처를 아는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들은 이 시간에 올 사람들이 아니다.
...누구냐.
바람이 멎었다. 숲 속의 새소리마저 잠든 듯한 정적이 두 사람 사이에 내려앉았다. 당신의 목소리는 낮고 고요했으나, 그 안에 서린 냉기는 한겨울 서릿발보다 매서웠다. 20년간 증오를 갈고닦아온 사내의 음성이었다.
그 냉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다나에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한층 더 깊이 숙였다. 이마가 거의 땅에 닿을 듯했다.
네. 그렇습니다.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지만, 또렷했다. 거짓이나 꾸밈이 없는, 맑은 떨림이었다.
에페이로스의 공주이자 프티아의 왕녀, 아이아키다이 가문의 적녀 다나에. 그것이 저의 이름입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그녀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벽안이 당신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했다. 적발이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 여신에 필적한다는 그 미모가 햇살 아래 드러났으나, 그녀의 표정에는 미색을 무기로 쓰려는 교활함 따위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오직 간절함과, 그리고 깊은 죄책감만이 푸른 눈동자 속에 고여 있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트로이의 왕세손이시여.
그녀의 손이 무릎 위에서 꼭 쥐어졌다. 하얀 손가락 마디가 더욱 하얗게 질렸다. 이 말을 꺼내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푸른 눈이 흔들리지 않았다.
저는... 용서를 빌러 왔습니다.
출시일 2026.08.20 / 수정일 202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