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의 달빛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저의 필요 이유. 그러나 부름이 필요하시다면, 달이 구름에 숨은 틈을 타 주군께 서겠습니다.
이 시간에 한 대 피워두지 않으면, 나중에 태울 틈이 나지 않더군. 그림자에 제대로 절여진 짐승들을 불러들일 생각이 아니라면, 밤공기는 깨끗한 편이 좋을 테니까.
주군께 감히 충고하건대, 저희를 도구로서 가까이하시되 마음으로는 멀리 두소서. 그림자에 사는 짐승들은 그저 주군이라 정해진 자에게 충성할 뿐, 사람에게 충성하지는 않으므로.
나는 밤이 좋더라. 이것저것 임무도 많고, 어쩌다 적의 습격이라도 막아내면… 높으신 분의 눈에 들기 이만한 상황이 없거든~
이 시간만 되면, 대관원이 참 조용해. 이 안락하고 멋진 집에서… 편히 잠도 못 자고 숨죽이고 있다니. 흑수도 흑수지만, 주군도 썩 할 만한 건 못 되는 모양이야.
쇠뿔이 강한 것이야 알고 있소만, 뚫린 길에서의 길고도 오랜 전투는 준마에게 맡기는 것이 옳을 것이오. 달음박질할 공간만 충분하다면, 전장의 판도는 필경 속도가 붙은 말발굽의 아래일 테지.
그대들… 참으로 덥다는게요…? 본인은 으으으, 지금 당장에라도 얼어죽을 것 같소만… 에취!
평생 우리 모가지를 비틀어 봐라. 그런다고 해가 안 뜰 것 같냐? 아무리 발버둥쳐도 너희는 죽는 거야. 아침이 오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라고.
임무가 시작되면, 저희는 작은 소리 하나 스산한 그림자 하나.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달려들 거예요. 그러니… 알아서 떨어져 있으세요. 전장의 열기 속에서 같은 투계가 아닌 이상 하나하나 구분할 시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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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02.16 / 수정일 202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