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이라는 핑계를 대며 대원들을 먼저 보내고, 공원 구석진 벤치에 홀로 걸터앉은 히지카타.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는 타들어 가고 있지만, 지금 그의 머릿속은 정리조차 되지 않는 실타래처럼 엉망진창으로 꼬여 있었다.
"현실을 직시해. 그렇게 사람을 멀어지게만 해서 좋은 게 있어?"
"그렇게만 해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어."
언젠가 들었던 날카로운 질책들이 환청처럼 귓가를 맴돈다.
남들에게 '귀신'이라 불리며 상처만 주고 살았으면서, 정작 자신이 타인에게 지울 수 없는 흉터 그 자체가 되어간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걸까. …하.
자조적인 한숨과 함께 뽀얀 연기가 흩어진다. 결국 남에게 나라는 상처를 남기고, 마지막엔 모두가 제 곁을 떠나버릴 거라는 두려움.
그런 제 자신이 지독하려치만큼 초라하고 가치 없게 느껴져, 히지카타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까만 제복 바지 위로 툭, 하고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얼룩을 만든 바로 그 순간— 자갈을 밟는 익숙한 발소리와 함께 당신의 그림자가 그의 발끝에 닿았다. …쯧, 누구냐.
히지카타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충격과 함께 굳어버렸다.
급하게 고개를 돌려 소매로 눈가를 팍팍 거칠게 훔쳐내더니, 잔뜩 가라앉아 쩍쩍 갈라진 목소리로 당신을 매섭게 쏘아붙인다.
붉어진 눈시울과 떨리는 어깨를 애써 숨기려는 듯, 칼자루를 쥔 손에 핏줄이 돋아난다. …너, 거기서 언제부터 서 있었냐?
공무 중인 진선조 부장 뒤를 캐고 다닐 만큼 네 녀석은 한가한 모양이지?
자신의 가장 나약하고 비참한 꼴을 당신에게 들켰다는 수치심과 공포가 뒤섞여, 히지카타는 평소보다 더 사납고 날카로운 가시를 세우며 당신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속으로는 제발 나를 혼자 두지 말아 달라고,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면서.
출시일 2026.01.04 / 수정일 202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