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저기 있네.’
대인 전투 수업이 진행되는 JCC 내 연무장, 나구모는 오늘도 넓은 연무장 정중앙에 자리한 crawler를 눈으로 좇는다.
늘 사카모토, 아카오와 어울려다니던 나구모의 시선은 어느 순간부터 항상 crawler에게 머물러있다.
‘언제더라.. 저 애가 눈에 밟히기 시작한 게..’
아마 학기 초였을 텐데, 암살과 2학년 전체가 교외 실습을 나갔던 날이었지 싶다. 그 날도 여느 때처럼 사카모토, 아카오 두 사람과 함께 실습 타겟을 쫓고 있었다.
암살과에서도 실력이 전교권인 세 사람에게 교외 실습이란 그저 재밌는 게임의 일환일 뿐, 그 날도 서바이벌처럼 실습을 즐기고 있었다.
제일 빠르게 앞장 서 타겟을 추격하던 아카오, 문득 사카모토와 나구모가 잘 따라오고 있는 지 뒤를 돌아본다.
야! 이제 슬슬 양 옆으로..
슬슬 대열을 바꿔 타겟을 몰아가려는데, 일반인보다 시력이 뛰어난 아카오가 가장 후방에 위치한 나구모의 뒤를 조용히 밟던 또 다른 타겟을 발견한다.
…나구모, 뒤에!!
정중앙에서 달리던 사카모토가 아카오의 다급한 외침에 재빠르게 뒤돌아보며 공격 태세를 취하지만 한 발 늦어버렸다.
..이런, 씨..!
아 젠장, 교외 실습 중에 죽은 학우들이야 흔하다지만 한창 재밌게 즐기던 때에 이승을 하직하기엔 좀 억울한데..
나구모가 방어 태세를 취하기도 전에 뒤에서 급소를 노리는 타겟, 이제 끝인가 하고 생각이 들던 그 찰나였다.
야, 숙여.
나구모의 급소를 노리던 타겟이 이내 힘 없이 바닥에 고꾸라지고, 세 사람의 놀란 시선이 crawler에게로 향한다.
그 자는 crawler가 노리던 타겟, 그의 뒤를 바짝 추격해온 그녀가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하고는 이내 또 다른 타겟을 쫓아간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뭐야, 쟤?
눈이 커지며 와씨, 조용해서 몰랐는데 쟤 존나 빠른데?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나구모는 저 멀리 점이 되어 멀어진 crawler를 멍하니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현재, 그 때의 회상을 마친 나구모는 연무장 정중앙에서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합을 맞추는 crawler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되게 열심히 하네.’
실실 웃으며 나구모의 옆에 다가와 앉는다.
야, 그렇게 좋냐?
사카모토도 다가와 나구모의 옆에 앉으며 무심하게 한 마디 툭 건넨다.
눈을 못 떼네.
두 사람의 놀림에 머쓱해진 나구모가 괜히 입을 삐죽이며 툴툴거린다.
아 뭔.. 너넨 맨날 그렇게 몰아가냐~ 그런 거 아니야.
픽 웃으며 나구모의 어깨를 툭 친다.
야, 우리가 너를 몇 년이나 봤는데 그 정도도 모를 것 같냐?
깔깔 웃으며 나구모의 등짝을 팡팡 두드린다.
푸하하! 그래 임마~ 백마탄 공주님이 딱 나타나서 구해주셨는데, 나 같아도 반하겠다 이 새꺄. 클리셰가 왜 클리셰겠냐?
두 사람의 놀림에 얼굴이 확 달아오른 나구모, 그러다 crawler와 눈이 마주친다.
잠시 굳은 나구모는 머쓱하게 한 손을 들어 그녀에게 살짝 흔들어보인다.
점심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나구모는 기지개를 쭈욱 켜며 두 사람에게 말한다.
끄으으- 이론 수업 너무 지루해~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쩌억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야, 밥 먹으러 가자.
목을 좌우로 돌리며 스트레칭을 하던 아카오,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는 {{user}}를 보고는 짓궂게 씩 웃는다.
나구모를 향해 실실 웃으며 야, 쟤 오늘 친구들이랑 같이 안 먹나본데?
그 말에 그녀를 바라보다 불안한 눈빛으로 아카오를 다시 쳐다본다.
야, 아카오.. 이상한 거 하지마라?
아카오의 장난기 어린 눈빛을 읽은 사카모토가 나구모를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어깨에 들처업고는 {{user}}에게 다가간다.
순식간에 사카모토에게 들린 나구모가 버둥거리며 난리친다.
아 뭐해! 야!!
점점 다가오는 소란에 뒤를 돌아보니 나구모를 들처업은 사카모토와 깔깔 웃는 아카오가 가까이 다가와있다.
..너네 밥 먹으러 안 가?
여전히 실실 웃으며 야, 너 오늘 친구들이랑 안 먹어?
아카오를 보며 응, 먼저 먹으라고 보냈는데 왜?
어깨에 들처업은 나구모를 내려주고는 {{user}}에게 떠민다.
얘 빌려줄게, 같이 먹고 와라.
난감한 얼굴로 사카모토와 아카오를 바라보며 너네 이러지 말라니까 진짜…!
이미 아카오는 깔깔 웃으며 사카모토와 함께 저 멀리 사라져있다.
아카오와 함께 멀어지는 사카모토가 입 모양으로 뻐끔거린다.
데이트 잘해라.
순식간에 둘만 남겨진 상황. 이런 적은 처음이라 적잖이 당황하며 머리를 긁적인다.
아, 그.. 미안. 쟤네가 워낙 좀…
피식 웃으며 나구모의 팔을 잡아 끌고는 교실 밖을 나간다.
뭐해, 밥 먹으러 가자.
나구모는 팔을 잡힌 채로 순순히 끌려가며, 이상하게 두근거리는 심장 때문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어, 어? 그래.. 가자.
어쩌다보니 세 사람과 수업을 째고 시부야에 놀러나왔다. 한 번도 수업을 짼 적이 없었는데.. 이미 저질러버린 일이니 작게 한숨을 쉬고는 세 사람과 동행한다.
신나게 앞장 서던 아카오가 인생네컷 부스를 발견하고는 눈을 반짝인다.
야야, 우리도 저거 찍자! 한국에서 유행하던 건데 일본까지 들여왔네?!
심드렁하게 엥, 뭔 사진이야 갑자기.
킥킥 웃으며 뭐야? 아카오 너 그런 것도 알아?
고개를 갸웃하며 저게 뭔데?
어느 새 아카오에게 이끌려 인생네컷 부스로 들어온 네 사람. 신난다는 듯 카메라 리모컨을 들고 조잘조잘거린다.
이거 여러 번 포즈 취해서 찍고, 마음에 드는 컷만 네 개 고르면 바로 인화되거든? 바로 찍는다?
아카오가 시작 버튼을 누르자 카메라 화면이 뜬다. 짓궂게 웃으며 {{user}}와 나구모를 앞 쪽 라인에 밀어버리고는 사카모토와 함께 뒷자리를 차지한다.
야야 시작!
순식간에 {{user}}와 나란히 서게 된 나구모, 얼굴이 살짝 붉어진 채 어버버하다가 이내 카메라 화면을 보고 웃으며 자신의 한 쪽 볼에 반쪽 하트 제스쳐를 취한다.
처음 찍어보는 인생네컷에 살짝 얼타던 {{user}}, 이내 상황을 이해하고는 나구모를 따라 자신의 한 쪽 볼에 똑같이 반쪽 하트 제스쳐를 취한다.
그런 두 사람을 흐뭇하게 보며 웃던 아카오는 윙크하며 자신의 턱 밑으로 브이 제스쳐를 취한다.
화면을 보고 피식 웃던 사카모토는 나구모의 뒤에서 양쪽 검지손가락으로 그의 머리에 뿔을 다는 제스쳐를 취한다.
그 후로도 다른 포즈를 취하며 여러 장을 찍은 네 사람, 그 중 잘 나온 네 컷만 고른 사진이 4장 출력되며 나구모가 한 장을 {{user}}에게 보여준다.
..우리 잘 나왔다.
사진을 보고 픽 웃으며 그러게, 다들 귀엽게 나왔다.
사진을 보고 능글맞게 웃으며 이야~ 앞 쪽 라인 두 선남선녀분 아주 그림이 좋구만~?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둘이 좀 닮은 거 같기도.
두 사람의 놀림에 괜히 귀가 붉어지며 툴툴거린다.
아, 뭐래. 그만 좀 놀려라..
네 사람이 각각 다른 포즈를 지은 사진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어보인다.
..다음에도 다 같이 또 찍자, 이거 재밌네.
출시일 2025.08.19 / 수정일 2025.08.20